책소개
스카이(SKY)라는 극단의 대학 서열 문화는 언제부터 어떻게 탄생했을까
대한민국 대학과 고등교육의 역사적 기원을 낱낱이 살펴본다
같은 값이면, 아니 같은 성적이면 누구나 ‘고려대’보다 ‘서울대’에 들어가고 싶다. 이 두 개 대학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대학 간판에, 그 간판을 획득할 수 있는 대학 입시에 가족 모두가 생사를 걸고 달려든다. 미국도, 유럽도 우리와 비슷할까? 아니, 그렇지 않다.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한국만의 독특한 대학 구조가 있었다. 세계적인 명문대는 거의 모두 사립이지만, 우리는 유독 ‘국립대’를 ‘사립대’보다 선호해 왔다. 모든 대학은 각자의 서열과 등수를 가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인기 있는 주요 대학은 모조리 서울이라는 도시에 몰려 있기도 하다. 대학에서 ‘사립’의 비중은 또 어찌 이다지도 높은지.
이제 이 책을 열고 ‘전문학교’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한국 대학의 뿌리를 살펴보자.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한국 대학과 고등교육만의 뒤틀린 기원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말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학 순위에 따라 대학 이름의 앞글자만 따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 대학교의 위계질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다. 몇 해전, 방영했던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면 등장인물 ‘예서’는 오직 ‘서울대 의대’에 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예서뿐만 아니라 해당 드라마의 학생들은 모두 ‘명문대’에 진학하고자 노력한다. 의대는 서울대에만 설치되어 있어서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만약 우리나라의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었다면, 예서처럼 서울대 의대에만 목숨을 거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었을까? 이는 우리나라 대학구조의 서열화와 고착화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측면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