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라면만큼 대중적인 음식이 또 있을까. 한 봉지에 1,000원 내외로 저렴하고, 길어봐야 5분 이내로 조리할 수 있어 간편한, 한 끼 식사.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라면은 진정한 소울푸드가 아닐지. 세계라면협회(WINA)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라면 소비량은 75.1개로 세계 1위라고 하니, 그 짐작은 아마도 사실인 것 같다.
추측하건대 대한민국 30대 여성 중에서 라면을 가장 빈번하게 먹을 것 같고, 또 신제품 라면이 나오면 그게 어떤 맛이든 무조건 시도해보고, 자신만의 엄선한 베스트 라면 리스트가 늘 존재하며, 그 리스트 안에서 비슷한 제품들을 자체 경선에 붙여보고, 라면을 이용한 변형 레시피를 개발해내기도 하는 사람. 바로, 띵 시리즈 아홉 번째 주제 ‘라면’ 『지금 물 올리러 갑니다』를 쓴 윤이나 작가다.
▶ 이 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면 적어도 1인분의 라면을 맛있게 끓일 수 있는 방법은 알 수 있도록 썼다. 그렇게 쉬운 일을 위해 책 한 권씩이나 읽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고 있다면, 그런 당신이야말로 끝까지 읽어야 한다.
▶ 건면이라든가 생면을 쓰는 라면 시장도 요즘 들어 더욱 분명해졌으니 조금 여유를 두고 선을 그어본다. 가루 수프를 선호하지만 액상수프를 사용하는 것도 용납할 수 있는 범위다.
▶ 이 라면이 안성탕면인 걸 맞힌 내가 아닌, 우리 식당은 김치가 맛있으니 안성탕면과 함께 내놓자는 결정을 한 빈대떡집의 사장님이 받아야 한다.
▶ 그날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안성탕면이었고, 그 곁의 김치였다. 잘 끓인 안성탕면과 김치와의 만남, 그게 바로 한국인이 가장 빠르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완벽한 마리아주였던 것이다.
▶ 과거의 기억만으로 오늘을 평가하지 말고, 나만의 기준을 고집하느라 더 나을 수도 있고 달라질 수 있고 함께 하면 더 좋아질 수 있는 선택지를 무시하지 말자고, 라면에서 교훈을 얻고 다짐 또 다짐을 하는 내가 있는 것이다.
▶ 아예 양파, 방울토마토, 오이, 병아리콩을 소분해둔 다음 찾아온 여름 내내 샐러드로도 먹고 냉라면 토핑으로도 야금야금 얹어 먹었다.
▶ 냉라면용으로는 면이 가는 제품을 택하는 것이 좋다. 간혹 너구리 같은 굵은 면을 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라면 푹 익혀야 한다. 찬물에서는 어쩐지 두 배로 매워지기 때문에, 매운맛보다는 순한 맛 라면을 추천한다.
▶ 원하는 것을 몸에게 주자. 자고 일어난 이후가 내일이라면,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 그렇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하고도 어김없이 라면이다.
▶ 살다 보면 달걀을 넣은 라면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법. 그럴 때는 1분 30초를 남겨두고, 달걀을 깨서 흘리듯이 넣는다. 그다음부터는 절대 섞지 않고 기다린다. 이 1분 30초라는 시간은 한강 편의점에 있는 라면조리기가 알려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