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DNA라는 소재를 전면에 당당하게 내세운 거대한 이야기!
국가가 검거율 백 퍼센트를 표방하며 국민의 DNA 정보를 수집한다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과학과 기술이 특정 목적을 위해 오용된다면 얼마나 무서운 흉기로 돌변하는지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미등록자』. 일본의 인기 아이돌 아라시의 니노미야 가즈나리 주연 《플래티나 데이터》로 영화화되었던 작품으로 2018년 오늘의 독자를 위해, 작가와의 면밀한 상의 끝에 한국어판 제목을 새로 붙여 선보이게 되었다. 공학 전공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깊이 있는 지식과 경계 없는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베테랑 형사 아사마가 러브호텔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현장을 둘러보지만 현장에 남은 유일한 증거는 체모 몇 가닥뿐이다. 그런데 특수분석연구소의 연구원 가구라는 체모만으로 범인의 모든 정보를 예측한다. 그 배경에는 국민에게서 채집한 DNA 정보로 이룩한 ‘DNA 수사 시스템’이 있었고, 시스템 덕분에 검거율은 반등한다. 그러나 ‘NOT FOUND일치하는 정보 없음’로 처리되는 사건이 거듭되던 어느 날, 시스템 개발자가 갑작스럽게 살해당하는데…….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과학과 기술은 언제나 절대 선을 위해 이용되는지, 과학과 기술이 순수성을 잃는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소설 컨셉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고 본다. 그것은 과학이 발달되어서 현장에서 형사들이 추리를 할 필요도 없어지는 현실이 과연 적절할까 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체모 정도로도 DNA를 유추해서 전부 누가 저질렀고 어떤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소설 속에 갖추어져 있다.
일본 스타일의 본격 추리 마니아 혹은 히가시노 게이고 초창기 굉장히 우수한 트릭, 잘 짜여진 구성에 대해서 기대를 하고 본다면 백 퍼센트 실망을 하게 될 작품이라고 본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세계관’ ‘배경’만 치중을 했지 메시지도 훌륭하지 못하고 진부한 편이고 무엇보다 타테시나 형제가 죽었는데 그에 대해서 너무 류, 카구라의 정신이 왔다갔다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당연히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정신분열자를 추격하고 또 의심받는 선에서 그런 서술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책 이 두꺼운 분량을 할애해서 겨우 카구라가 범인이라고 이 소설을 썼을까 하면서 대부분의 독자들이 아닐거야 하면서 의심을 하며 봤을 것이다. 내가 이 소설이 한심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또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사실 의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좋은 의학 소재, 해리성 정체 장애를 가지고 좋은 소설을 쓰려고 노력을 했지만 어영부영 졸작이 나온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추리 기법은 그냥 추격극이고 그 안에 매우 진부한 사회파 떡밥을 집어 넣어서 더 재미를 없게 했다.
그나마 카구라, 류의 반복되는 심리 묘사, 반전제의 효과, 타테시나 남매가 갑자기 죽어버리는 사건, 이건 볼만 했다. 사실 무슨 데스노트도 아니고 그들이 숨진 장소만 봐도 계속 카구라를 범인으로 몰아넣는 것 같긴 했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긴 했다. 왜냐면 진짜 해리성 정체 장애는 왔다갔다 하기만 하지 완전 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떡밥을 더 잘 살렸다면 끝까지 카구라, 류가 결국 범인이다 이렇게 지목할 가능성도 남길 수 있었을텐데 싱겁게 갑자기 병원 측, 정치 쪽과의 연계, 폭로, 그런 것이 나와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범인은 조금 쉽게 알아볼 수 있었고 또 제목이 미등록자였기 때문에 소설 초반에 자세히 설명한 이 데이터베이스라고 하는 것은 결국 어떤 허점을 보이지 않을까 예상을 하고 봤다. 확실히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야기 설정은 치밀한데 이 책 이야기는 좀 21세기 이 무렵 떡밥으로는 화제가 되기도 어렵지 않나 싶다.
카구라가 하필 정신병을 앓고 있고 시점이 바뀔 때는 그의 심리를 묘사하고 답답함이 많이 나와서 조금 내가 정신병에 걸린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나마 정신병을 치료해주는 교수가 있고 이 교수가 흑막일 것이라는 건 예상을 했지만 반전제라고 하는 물질이 나올 것은 생각을 못했다.
이야기가 갑자기 과거 회상으로 진하게 전개되는 부분만 빼면 현대 과학과 범죄, 미래에 인권도 쉽게 유린할 DNA축적 시스템에 대한 비판점, 여러 가지를 보여준 매우 우수한 소설이라는 생각을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딱딱 퍼즐 맞추 듯이 흘러가는 부분이 매우 좋았다.
또 뒤에 나오는 범죄를 쫓는 부분, 카구라의 범죄를 저질렀냐 마냐 하는 부분 때문에 묻히기 마련인데 카구라의 부친이 자살할 만큼 충격적인 AI의 기계문명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지식과 기술. 이것도 생각해볼 거리를 꽤 주었다. 다만 ‘자살’ 트라우마 이건 너무 일본인스럽긴 했다.
저자가 유명하고 또 논리성이 매우 우수한 작품을 써냈던 전력이 많아 책이 엄청 두꺼워도 일단 읽어봤다. 다 읽고 난 생각은 간단히 얘기하면 조금 아쉽고 결국 전달하려는 것은 엄청 사회파 소설 같이 국가에 대한 비판이었나 그걸 이야기하려고 이렇게 긴 글을 썼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진성 과학꾼만 쓸 수 있는 주옥 같은 소설을 꽤 쓴 작가인데 이 소설도 과학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한다. 큰 틀은 가구라라는 연구원이 정신분열, 다중인격을 겪고 누가 문제를 일으켰나 밝히는 것이다. 빌런은 가구라의 주치의로 마지막에 밝혀지게 된다.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 글은 가독성이 좋다.
이 책에서는 DNA를 통해 모든 것을 수사하는 첨단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아사마라는 형사는 이 점을 보고 질색한다. 책 대부분이 가구라가 정신분열을 겪는 것이고 범죄는 그렇게 다양하게 벌어지지는 않는데 오히려 이 점이 다 보고 나서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의 의의는 나름 있다고 본다.
플래티나 데이터라는 영화를 먼저 봤는데 원작은 어떻게 쓰여졌을까 해서 한 번 찾아서 읽어 보았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영화는 원작을 대개 충실히 잘 반영하긴 했었고 원작은 아쉬운 면이 많았다. 카구라 류헤이는 이중인격자였다. 나라에서 DNA로 범인 잡는데 여기에 일조를 한다.
실제로 반전제라는 것이 있어서 성격을 마음대로 끌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카구라 앞에 어른거리던 아이가 타테시나라는 점이 허무했다. 다중인격자라는 것이 이미 정신적으로 크게 이상이 있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이해하고 읽었지만 그래도 허무한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일개 형사를 추격자로 채용한 것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 소설을 더 완성도 있게 반전을 이끌려고 했다면 아예 내부자나 프로젝트의 중심인 인물로 끌고 갔어야 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아사마라는 형사의 중심으로 서술된다. 그리고 용의자로 지목되는 카구라 류헤이의 시점으로 서술된다. 카구라 류헤이가 다중인격이라는 것이 이 소설의 큰 특징이기 때문에 두 인격이 어떻게 서로 작용하는지 눈여겨 보면서 읽는 맛이 있었다. 데스노트 같은 느낌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카구라가 범인이 아니고 미나카미 같은 놈들이 벌인 일에 놀아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범인으로 지목받는 자가 쫓기는 듯한 긴장감을 소설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튼 중간에 반전제가 말이 듣지 않으면서 류의 인격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류의 인격이 나타난 것은 카구라가 타테시나 형제의 은신처에 묵다가 도망치다가 우연히 어떤 곳에 머물게 되면서 도자기를 빚는 사람들 겪으면서 나왔다. 여러모로 아쉬운 것은 손 그림을 매번 그렸고 류의 등장이 카구라의 아버지가 자살하고 나서 나온 것을 보면 아버지에 대한 연민 때문임을 알 수가 있었다.
전체적인 감상평을 적자면 우선 글빨 하나는 진짜 좋다. 하지만 결말을 보고 나면 너무 진부한 주제이고 이게 뭔가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우선 다중인격자를 용의자로 내세운 것은 굉장히 신선했다. 이것 때문에 끝까지 집중해서 소설을 읽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쉬운 면이 있다.
형사가 직접 발로 뛰는 것과 과학 시스템의 대결 그런 구도를 그린 것이 너무나도 만화 같고 과장되었고 뻔한 구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Not found 13이 결국엔 시가나 그런 사람들일 것이라는 것은 추리소설을 나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을 할 수가 있었다.
그나마 반전 요소라고 하면 스즈란이라는 아이의 존재가 사실은 카구라가 스스로 만든, 정확히 이야기하면 류가 만든 것이 카구라의 기억으로 넘어온 존재가 사실은 허구였고 타테시나 사키였다는 것인데 그리 큰 반전 요소도 아니었고 큰 감흥도 없었다. 아사마라는 형사를 등장시킨 것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