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상처를 끌어안고 회복을 예언하는 이야기의 힘
2021년 김승옥문학상 우수상 수상작가 안보윤 신작 장편소설
일상의 그늘진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을 직시하며 평온해 보이는 세계의 불편한 진실을 조명해온 작가 안보윤의 장편소설 『여진』이 출간되었다. 『여진』 2018년 현대문학 교수 350명이 뽑은 ‘올해의 문제소설’에 선정된 동명의 단편소설을 확장한 작품이다.
단편 「여진」은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소년7의 고백』에 수록된 소설로, 어릴 적 층간소음 보복 범죄로 조부모를 잃고 죄책의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 남매의 비극을 천착하며 가해와 피해를 선명하게 나누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예기치 못한 비극 앞에서 아동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질문을 던진 바 있다.장편소설 『여진』은 단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른이 된 남매가 과거의 사건과 연관된 인물로부터 병든 개를 맡아 기르게 되면서 마침내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내기까지의 여정을 담는다. 안보윤은 순도 높은 핍진성으로 존재들의 아픔을 그려내고, 특유의 위트와 환상적인 묘사로 상처를 어루만지며, 점차 단단해져가는 그들 각자의 서사를 통해 회복의 길을 예언한다.
작품의 제목 <여진>은 큰 지진이 일어난 다음에 얼마 동안 잇따라 일어나는 작은 지진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건이나 사실이 끝난 뒤에 미치는 영향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소설은 한 남성이 저지른 '살인'이라는 범죄로 인해 남겨진 이들 특히, ‘그 애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인 고통과 죄의식에 대해 묘사한다. 소설 내 가장 큰 사건인 ‘조부모 살인사건’이 지나가고도 적나라하게 찍힌 사건 사진들, 고모의 말 등 재판 과정에서 일어나는 비보호적 상황과 어른들과 친구들의 동정이 이들이 겪게 되는 여진이다. 그 과정에서 ‘그 애들’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이전의 활기를 잃게 된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예전처럼 슈퍼에 들러 장난감이 들어 있는 계란 모양 초콜릿을 사 먹거나, 문구점에서 카드를 고르는 데 시간을 쓰지 않았다. 적어도 그 애들은 그러면 안 됐다. - 안보윤, 「여진」 3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