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네가 오른발을 보고 따라 그린 왼발이었다”
온갖 허구 가운데서 태어나는 활달하고 역동적인 언어의 발견
2016년 『21세기문학』 신인상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류진 시인의 첫 시집 『앙앙앙앙』이 출간되었다. ‘여름’과 ‘겨울’, 총 두개의 부로 구성된 이 시집은 실제와 가상을 교묘하게 뒤섞으며, 한달음에 읽히는 특유의 속도감을 선보인다. 류진 시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 놀라운 입담은 “쉬지 않고 시를 끌고 가는 동력이면서 멈추지 않고 시를 읽게 하는 매력”(김언, 추천사)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류진의 세계가 토해내는 언어는 마음껏 혼란스럽다. 도무지 연관 없을 것 같은 단어들이 만나서, 끝까지 일말의 연관 없이 그저 타의로 묶여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어순들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처럼 뒤죽박죽이다. 반말을 뱉던 화자들은 이내 공손해진다. 케네디, 이정재, 홍금보, 김영만, 백종원 등의 인물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해대며, 때로는 ‘크와트로 바지나’처럼 애니메이션 속의 가상 인물이 등장해 자신의 사연과 사유를 전달하기도 한다. 따옴표(“, ”)를 사용하는 지점 역시 특수하다. 류진의 따옴표들은 예상 불가한 곳에서 시작해 예상 불가한 곳에서 맺어진다. 마치 멜로디 위로 파고드는 엇박자의 음성처럼. 축약하자면, 『앙앙앙앙』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시인만의 언어들은 선명하도록 분열적인 양상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