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인이자 소설가 김형수가 고은 첫 시집 <피안감성>에서부터 최근의 <허공>까지 전작을 아울러 고은 시의 정수라 할 만한 대표시 66편을 추려 묶었다. 1950년대 말 전후 세대의 주역으로 등장한 이래, 한국 현대시사 반백 년을 직관과 영감으로 쾌주해온 고은 시인의 시 세계를 한 권으로 조망해볼 수 있는 시집이다.
김형수는 삶의 파란과 신명에 뿌리를 둔 고은의 시, 고은의 영혼을 '오십 년의 사춘기'로 명명하고 시인의 작가적 생애를 초·중·후기 순으로 나누어 제1부 '집을 버리다'편, 제2부 '외치다'편, 제3부 '다시 길을 가다'편, 제4부 '많은 사람들(만인보)'편으로 제목을 붙였다.
1부 '집을 버리다'편에서는 고은의 초기 시를 다룬다. 방황과 좌절 의식, 죽음에의 집착 등을 강하게 드러내는 1960년대 작품들을 실었다. 2부 '외치다'편은 고은의 중기 시를 다룬다. 시대적으로 분류한다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에 해당되는 작품들이다.
3부 '다시 길을 가다'편은 <허공>을 포함한 최근작들을 다룬다. 민주화운동 시절의 시적 위상에 대한 자기반성과 과거에 대한 회상, 시인으로서 삶의 방향 모색에 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4부 '많은 사람들'편은 우리 민족 인물 하나하나의 의미에 대한 시적인 복원 작업이라 할 수 있는 <만인보>에서 추린 시들을 모은 것이다.
한때 미국에서는 SNS 트위터 해시태그로 #MeToo 운동이 일었다. 성희롱과 성폭행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여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촉구하고 연대했다. 기존 운동과 다른 점은 가해자가 정치, 연예계, 체육계, 문학계 등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권력을 점유한 유명인이었다는데 있다. 상대적으로 보잘것없는 가해자에게 성추행을 당하면 그 피해를 호소해도 주류 언론은 귀 기울여 주지 않았다. 피해자의 고발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잊혔다. 이번에는 달랐다. 여성들은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누구라도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이들에게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고 나서면 주목받았다. 그런 물결은 SNS로 한국에 그대로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최초 여성 검사가 나서 검찰 내 성희롱을 폭로한 뒤 시인, 영화인, 정치인들이 줄줄이 연루되는 고발이 뒤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