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늘도 건축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비밀스런 메시지를 발산한다!
역사를 담은 건축, 인간을 품은 공간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인간집단과 제도를 담기 위한 그릇으로서의 건축의 모습을 다방면에서 추적한다. 왜 대기업 사옥의 1층 로비는 언제나 널찍하니 텅텅 비어 있는지, 엘리베이터는 하루에도 몇 번씩 타는 익숙한 공간인데 왜 탈 때마다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지, 왜 아파트는 실물을 보지도 않고 미리 계약을 하는 지 등 우리 주변의 공간과 건축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사진과 함께 만나본다.
저자는 건축이 보내오는 메시지에 집중한다. 모든 건축에는 건축주 혹은 발주자가 있는데, 이들은 그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돈을 내는 사람이자 메시지를 발신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모든 건축에는 강약의 차이는 있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특정 메시지가 있다. 사찰과 성당, 교회 등의 종교건축은 인간은 나약하지만 신은 위대하고, 현생은 찰나와도 같지만 사후의 영생은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이다. 교도소는 교도에 의해 인간이 교정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병원은 치료에 의해 인간이 치유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학교는 교육에 의해 인간이 육성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흔히 건축을 ‘생활을 담는 그릇’이라 하여 주로 사용자의 편의에 맞추어 설계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둥근 그릇 속에 담긴 물이 둥근 모양을 가지듯, 특정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주입하기 위한 도구로 건축이 사용될 수 있다. 우리는 주위의 공간과 건축물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 건축은 미적 감흥을 주기 위한 오브제인가, 아니면 기능과 구조를 통해 인간에게 실용성을 주기 위한 도구인가. 정치, 사회, 역사 예술 분야에서 건축과 공간은 어떤 역할들을 해왔을까. 이 책과 함께 건축의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결국 우리 인간을 더 한층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는 궁궐의 웅장함과 화려함은 외양뿐 아니라 그 공간에 압도당한다. 정치권력을 상징하는 궁궐은 그곳의 사람들을 특별하게 만들고 범접하기 어려운 권력을 가진 자들도 만드는 곳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왕실 또는 유력자와 혼사를 맺는 일이었고 전제군주의 궁궐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17세기 유럽은 해외 식민지 개척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함에 따라 함부르크 왕조, 튜터 왕조 등 강력한 전제왕권이 출현하게 된다. 왕궁 역시 기존의 캐슬에서 팰리스로 변한다. 중세의 봉건영주가 살던 캐슬은 그들의 미약한 왕권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캐슬은 산속이나 강 등 방어적인 자연환경 속에 지어지며 성 내부도 적은 수의 병사로 적들의 공격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