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가 10주년을 맞아 업그레이드 되어 돌아왔다! 출간 당시 이 영민한 과학 교양서는 분야를 넘나드는 통합적 지식과 사유를 보여주며, 선생님이 제자에게, 부모님이 자녀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권하는 최고의 '과학책'으로 사랑 받아 왔다. 이제 10년간 21세기 최고의 교양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그 명성에 걸맞는 전면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한 번 독자들을 찾아간다.
처음 책방에서 이 작품을 손에 쥐게 되었다. 표지가 흥미로워서 무심코 넘겨보다가 몇 줄을 읽었는데, 예상보다 호기심이 더 커졌다. 왜 이런 주제가 이렇게 다채롭게 묶여 있을까 궁금해졌다. 저자는 과학이라는 영역을 일상적 시선 속으로 가져온다. 무심코 지나쳤던 주변 현상에 어떤 원리가 들어 있는지 알려주는 방식이 색다르다. 더 깊이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요령껏 지식을 주입하는 책이 아니라, 어쩐지 생활 속 이야기를 포착해 과학적 개념을 살며시 풀어내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머릿속에 새로운 그림이 많이 그려진다.
처음에는 물리학과 수학에서 거론되는 복잡한 개념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막연히 부담스러웠다. 숫자나 공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초반 몇 장을 거치면서 그다지 위축되지 않았다. 대화하듯 서술하는 표현 덕에 거부감이 줄어든다. 복잡해 보이는 과제도 우리 주변 어디엔가 존재한다는 실감이 들면, 괜히 손을 대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과학 지식이 가득 들어 있는 책은 보통 딱딱한 이미지로 생각되지만, 그 편견을 잊게 만들어 준다.
책에는 여러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교실에서 볼 수 있는 작은 현상부터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커다란 흐름까지, 하나같이 탐구할 만한 재미를 품고 있다. 자잘한 수식이 나와도, 저자는 마치 이야기를 풀어나가듯 접근한다. 대중에게 어렵게 느껴질까 봐 설명을 매우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것을 읽다가 어느 순간, 세상이 꽤 흥미로운 장면으로 가득 차 있다고 느끼게 된다. 낯익게 여기던 것도, 눈길을 조금만 더 주면 색다른 세계로 이어진다.
어떤 챕터에서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몰리는 형상을 물리적 관점에서 분석해 놓았다. 무언가를 사고파는 장터나, 지하철역 승강장 같은 곳에서 사람들의 흐름이 어떠한 패턴으로 움직이는지 다룬 대목을 기억한다. 한 번도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이지만, 거기에도 역학적 규칙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케빈 베이컨 게임은 건너서 건너서 유명인들까지, 혹은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이들과도 연결이 되는 그런 네트워크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가 전혀 상관없이 연결된 사람들이 쭉 골고루 분포되기 힘들기 때문에 작은 네트워크가 여러 개 연결이 되어서 결국에 관계가 없던 사람들과도 이어지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 부분은 아마 네트워크나 사회학적 이론으로도 정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과학은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 사회에 널리 과학 지식이 엉뚱하게 퍼지는 것은 아쉽다. 과학계의 풍문이라고 여겨지는 아인슈타인의 뇌에 관한 낭설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다.
복잡한 것들을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사람들이 안 좋게 여기는 것이 벌어지는 것, 좋은 일, 안 좋은 일 모두 벌어질 수 있을 때 하필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것, 그게 머피의 법칙이다. 빵에 잼을 발랐을 때 잼 바른 면이 바닥에 떨어지는 걸 실험으로 명쾌히 밝힌 부분이 재미가 있다.
재미있는 실험, 내용이 매우 풍부했다. 인상적인 파트가 많은데 다만 웃음과 사람의 수명에 관한 조사는 ‘유머’가 있다 긍정적이다 이런 것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지표 같은 것으로 따졌을지 살짝 의문이 들기는 했다. 홉스라는 철학자가 주장한 웃음의 해석도 특이하다. 우월감을 느낀다니 좀 과장이 있는 듯 했다.
나도 예전에 고스톱이 치매나 그런 예방에 좋다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런 것보다 오히려 운동을 더 많이 하도록 하는 것이 인지 발달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단순한 오락보다 오히려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도 치매 같은 걸 고치는데 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주사위 던지기를 왜 6분의 1인지 설명하는 게 이해가 어렵다. 면이 여섯 개라서 그런 게 아니라 변수가 추가로 더 많다고 한 점도 이해가 안 되긴 하는데 아무튼 저자는 카오스 파트에서 이런 설명을 했다. 잭슨 폴록의 작품을 보면 예술적으로 보이긴 한데 그렇게 무질서해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그것은 카오스, 프랙탈을 잘 반영한 작품이었다. 결정론 시스템, 카오스 시스템의 차이는 역시 확률 얘기, 방정식 이야기가 자주 나와서 이해가 어렵다. 아무튼 저자는 카오스는 비선형 방정식이라는 것으로 알 수 있으나 변수가 초기 조건이 복잡하기 때문에 알아내기 어렵다고 했다.
불규칙적인 것도 아니고 규칙적인 것도 아닌 상당히 애매한 개념처럼 다가왔다. 아무튼 실제 사례로서 카오스 시스템은 ‘일기’ ‘주식’ 같은 것이라고 한다.
재수가 없는 것, 그걸 좀 유식해보이게 표현한 것이 머피의 법칙인데 의외로 일상생활에서 재수없는 경우는 수학적으로 확률이 꽤 높다는 걸 저자가 증명했다. 특히 인상적인 건 날씨가 구리고 비가 쏟아지는 확률은 의외로 낮다고 한 점이다. 일기예보 신봉을 잘 안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마 이 이야기에 매우 솔깃할 거 같다.
과학 상식, 지식으로 알려진 아인슈타인의 두뇌 썰은 나도 허구 같아 보였다. 이런 루머는 근원이 어디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지금 연구하는 사람도 있다고 듣기는 했지만 그가 죽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상식, 과학으로 어떻게 뇌 기능을 알까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다.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 건 일이 그르치는 걸 과장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일이 잘 되는 것은 사람이 그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바쁠 때나 뭔가 중요한 것, 신경 쓰고 있던 것이 잘 안 되게 될 때 그것을 오래 기억하고 그게 머피의 법칙이라는 용어가 된다고 한다. 공감이 된다.
결국 식빵이 어느 면이든 똑같이 떨어질 것이라는 건 나도 예상을 했다. 사실 잼을 얼마나 무겁게 바르냐가 물리적으로 중요할 거 같은데 보통 얇게 펴바르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정말 답이 안 나오는 개인적으로 답답한 설명도 있는데 카운터에서 아무리 줄을 서도 내 줄이 나갈 확률이 극히 적다는 것이다.
카오스이론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예측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어려운 내용이었다. 뇌 얘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최근 뇌 관련 책을 여러 권 봤는데 이 책은 메커니즘을 엄청 자세히 따지는 전문서적이 아니고 흥미를 끄는 소스를 주로 적었기 때문에 더 재미가 있었다. 아인슈타인 루머는 누가 만들었나 싶었다.
예전에 초등학생 때 독후감도 쓰고 필사도 열심히 했던 책인데 다시 읽어보니 그 때 기억도 나고 내용이 상당히 재밌었다. 좀 오래된 책이지만 유익함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본다. 저자는 과학과 사회과학이 제대로 융합되어야 하고 이야기를 해야 현상을 제대로 알 수가 있다고 했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 게임’: 영화에 함께 출연한 관계를 1단계라고 했을 때,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이 케빈 베이컨과 몇 단계만에 연결될 수 있는지 찾는 게임 // ‘작은 세상 네트워크’: 사람을 점으로 표시하고 그들의 관계를 선으로 표현하여 네트워크로 나타냄. 주변 사람들하고만 연결된 잘 짜인 네트워크에서 몇 가닥만이라도 엉뚱하게 가지를 뻗으면 이 거대한 사회가 작은 사회로 바뀜.
⇒ 생각의 영역을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계’로 넓혀 보자. 우리는 대략 70억 인구가 살고 있는데 한 사람이 300명을 알고 지낸다고 생각하면, 한 다리를 건너 9만 명, 두 다리를 건너 2700만 명, 세 다리를 건너 81억 명, 4단게만에 모두 아는 사이가 된다. 그런데 거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끼리 서로 무리지어 살고 있으며, 다른 사회 집단과 지역적으로 혹은 인간관계 면에서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