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왜 바로 지금, 주4일 노동에 주목해야 하는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사태는 그동안 우리가 ‘정상 normal’이라고 여겨왔던 많은 것을 다시 바라보게 했다. 그중에는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4일제를 포함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다양한 노동도 포함된다. 강제적으로나마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많은 기업과 기관이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노동을 경험하게 됐고 시간이 지나 엔데믹(Endemic)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은 상당히 일상화되고 보편화 되었다.
2022년이 시작되면서 아랍에미리트(UAE)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4.5일제를 시작했다. 2022년 2월 15일에는 벨기에도 주4일제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상당수 서유럽 국가가 주4일제를 보편적으로 도입했으며 2019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기업들의 27%가 주4일제를 채택했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그동안 OECD 국가 중 늘 2~3위를 다툴 만큼 장시간 노동과 야근으로 악명 높았고 수면 시간도 최하위로 알려진 우리 사회에서도 최근 주4일제 혹은 주4.5일제를 채택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담론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주4일 노동이 답이다』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사실 임금 삭감 없이 노동 시간을 단축하고도 전반적으로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사례는 아주 많다. 스웨덴 예테보리의 돌봄노동자들을 위한 하루 6시간 시험을 비롯해 2008년 미국 유타주의 대담한 실험, 네덜란드의 자발적 단축, 벨기에의 타임 크레딧 제도, 부문 및 작업장 수준에서의 협상 타결이 노동 시간 단축을 견인한 독일 금속노조와 영국 통신노조의 사례, 뉴질랜드와 아일랜드의 사례 등 이루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실험과 사례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어느 쪽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영국 신(新)경제재단 소속의 세 이론가는 고령화, 역성장, 일자리 나눔, 자동화, 무엇보다 노동 영역에서의 젠더 격차와 환경에 대한 고민 등이 피할 수 없는 조건이 된 지금, 주4일 노동이 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인지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주4일 노동은 전통적인 양극화를 해소하는 한편, 많은 일자리가 자동화되면서 유발되는 취업난을 해결할 수 있고 노동자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주며 코로나19를 통해 경험한 환경과 생태의 보호를 위해서도 기여하고 남성과 여성이 더 동등한 방식으로 유급과 무급 노동을 공유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한 번뿐인 우리의 인생을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와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더 잘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세계 인권 선언 제24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사람은 합리적으로 노동 시간을 제한하고, 유급 정기 휴가를 포함한 휴식과 여가의 권리를 갖는다.” 그런데, 무엇이 ‘합리적’이고 어느 정도의 ‘휴식과 여가’여야 충분한 걸까? 이 책에서 우리는 그 답이 ‘주 4일 노동’이라고 주장하려 한다. 우리가 돈을 위해 일하는 데는 지금보다 시간을 덜 쓰고, 대신 우리 자신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을 때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테고 우리의 삶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목표는 누구나 적절한 삶을 위해 일해야 할 시간을 주당 4일 혹은 30시간 정도로, 혹은 1년에 걸쳐 그 비슷한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에게 주 4일 노동이 기계적으로 적용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삶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방식으로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한 여러 조치가 점진적으로 도입되리라 예상한다. 이어질 내용 속에서 우리는 ‘주당 근무 단축’ 혹은 ‘노동 시간 단축’과 같은 용어들을 이런 아이디어를 전하기 위해 번갈아 사용할 것이다.
이는 1년 동안 주말을 3일씩 갖는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매주 5번의 여유 있는 오후가 생긴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며, 나아가 남는 시간을 모아 뒀다가 한 번에 일주일 혹은 그 이상으로 사용함으로써 더 긴 휴식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여러분은 이 시간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 시간에 아이를 돌볼 수도 있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도 있으며, 무언가를 공부하거나 공원을 달리거나 선반을 설치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또는 춤을 배우거나 아무튼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대부분이 돈을 위해 일하는 시간은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장시간 중노동’에 대한 일종의 집단적 중독 현상이 존재한다. 그 길만이 우리 모두에게 유익하고 지금의 삶을 버티게 해 줄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