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목이 인상적인 책이다.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에서 장만옥이 흘러간 사랑을 회상하며 애잔하게 읊었던 대사이다.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아련한 향수로 남아 있는 영화 속 시적인 감성과 여운만은 이 책의 제목뿐 아니라, 내용 전반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눈 내리는 밤, 버려진 바닷가의 작은 파출소. 등장인물인 김 씨와 파출소 직원, 사내는 창문에 낀 성에처럼 차갑고 불투명한 공간을 서로의 체온을 빌어 훈훈하게 채워간다. '시가 된 이야기'라고 별명을 붙인 이 작품은 정확히 말해 '시극(詩劇, poetic drama)'이다. 시극은 대사가 시의 형태로 쓰인 희곡을 말하는데, 산문적 구조를 갖고 있지만 각각의 글에 라임과 운율이 살아 있는 문학적 장르이다.
저자 김경주는 주목받고 있는 젊은 시인 중 한 명이다. 200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고, 김수영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가 미국 대표 문학지인 「보스턴 리뷰」지에서 '2014년 최고의 시 TOP 20'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미국, 프랑스, 스웨덴, 멕시코 등에서 작품이 꾸준히 번역되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창한 수식보다 그를 더욱 분명히 표현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자신이 하고 있는 작업을 향한 그의 확신에 찬 눈빛이다. 김경주는 시뿐 아니라, 연극, 음악, 영화, 미술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전방위 예술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별히 그는 십 년 넘게 '시극 운동'을 해왔다. 이 책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역시 그의 확신에 찬 시극 운동의 일환이다.
1. 작품에 대한 줄거리 및 느낀점
‘내가 가장 아름다웠을 때 내곁에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 라는 대사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에 등장하는 대사로써 그 자체의 언어로도 시적인 감성과 여운이 남는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참 당황스러웠다. 제목만 보고 시 한편 읽으려 했었는데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한권의 책이 되었다. 시를 읽으면서 잠시 머리를 식히려던 나의 생각은 온데 간데 없고 복잡하고 쌩뚱맞는 이야기 속으로 자꾸만 나를 이끌어가고 있다.
다른 평론을 살펴보니 이는 다소 생소한 시극이라는 장르의 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마치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야기와 같은 장르로써 예로부터 시와 극은 하나였는데 현대에 와서 이를 분리해 보다보니 어색해 보인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