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트렌드 코리아 2023』 전미영 대표 강력 추천!
대학 강의, 뉴스, 〈오징어 게임〉까지 모두 빨리 감기로…
시간은 없지만, 봐야 할 것은 넘쳐나는 시대의 콘텐츠 트렌드
- 대화에 끼기 위해 인기 있는 콘텐츠를 본다.
- 대사 없는 일상적인 장면은 건너뛴다.
- 1시간짜리 드라마를 10분 요약 영상으로 해치운다.
- 영화관에 가기 전 결말을 알아둔다.
- 인터넷에 올라온 해석을 찾아보며 콘텐츠를 본다.
- 처음 볼 땐 빨리 감기로, 재밌으면 보통 속도로 다시 본다.
- 원작을 최대한 각색 없이 그대로 옮겨야 본다.
- 빌런은 사절. 착한 캐릭터만 나오길 원한다.
본래 영화는 ‘영화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제작자가 만든 대로 시청하는 수동적인 콘텐츠였다. 하지만 텔레비전과 OTT를 통해 자유롭게 영화를 건너뛰면서 보거나, 빨리 감기로 보는 일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영상을 직접 편집하여 10분 내외의 짧은 영화로 만든 콘텐츠를 즐기기도 하고, 인터넷 사이트의 해설을 수시로 참고하면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 이 책의 저자 이나다 도요시는 그 이면에 콘텐츠의 공급 과잉, 시간 가성비 지상주의, 친절해지는 대사가 있다고 지적하며 ‘빨리 감기’라는 현상 이면에 숨은 거대한 변화들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평범한 대한민국 직장인 점심시간에 주된 대화 소재는 단연 유튜브, 넷플릭스를 포함한 영상 콘텐츠이다. 최근에 본 작품이 얼마나 재밌더라, 기대하고 봤는데 별로더라, 기다리는 시즌이 새로 나온다더라 등 가벼우면서 간단하게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수 있는 대화거리이다. 한창 열을 올리며 내가 최근에 보고 있던 인기 드라마를 설명하고 있던 중 조용히 있던 동료 A가 나지막이 한 마디 거든다. “저 그거 다 봤어요.” 드라마 동지를 발견한 나는 부리나케 동료 A에게 어떤 장면이 좋았냐고 물었고 동료 A는 이렇게 답한다. “요약 영상으로 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네요.” 순간 무슨 소리지 하고 대답을 못 하던 내게 다른 동료 B가 말해준다. 유튜브에 10화 분량의 드라마를 30분으로 요약한 영상이 있다고 말이다.
요즘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을 위시한 집에서 보는 영화, 드라마가 인기이다. 이제 영화관을 찾지 않아도 값싼 가격에 집에서 최신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빨리 보기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계속 빨리 감기로 보다가 뭔가 상황이 바뀔 것 같은 장면은 보통 속도로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의 처음과 끝만 알면 된다고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무슨 재미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러한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가 충분히 재미있었다고 답한다.
또한 빨리 감기로 본 것이 아깝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본 속도로 봤다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후회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또 특이한 것이 있다. 어떤 이들은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장면은 건너뛰면서 보지만 마음에 드는 장면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본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빨리 감기와 건너 뛰기를 애용하는 사람들도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여러 번 시청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 있다 유행과 이슈를 따라가기
위해 새로운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본다라는 생각으로 빨리 감기, 건너뛰기를 활용하는 것과 같은 작품을 반복 시청하는 행위는 조금 상반되는 모습이 아닌가 하는 의문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사람들은 모순(矛盾)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새로운 걸 보는 데는 체력이 필요하며 처음 접한 작품을 빨리 감기로 본 탓에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해서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게 귀찮고 피곤한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잘 알고 있는 걸 반복해서 보는 편이 더 기분 좋다고 말한다.
이처럼 젊은 사람들이 빨리 감기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어릴수록 빨리 감기에 적극적인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책 제목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지만 영화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대학 강의, 드라마, 유튜브 영상 등 모든 미디어가 전부 빨리 감기의 대상이다.
그렇다면 왜 요즘 사람들은 미디어를 빨리 감기로 시청할까? 시대가 변함으로써 과학기술이 발전하였고 그 결과 사람들의 행동양식이 바뀌었다.
과거에 정보는 소수의 기득권과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21세기 3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터넷이 등장하였고 그 결과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살게 되었다. 정보가 없어서 못 얻는 시대는 끝났다. 굳이 주의할 것이 있다면 검증된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다.
넘쳐나는 것은 정보뿐만이 아니다. 미디어 즉 영상물도 홍수처럼 밀려오는 세상이다. OTT(Over The Top)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처럼 영화, TV 방영 프로그램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은, 컨텐츠 트렌드를 반영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제목을 보고 여러 반응을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예상되는 반응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본다고?'와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구나' 정도이다.
<중 략>
즉, 단순하고 직관적인 것들은 환영받는 것에 비해 심오하고 생각이 필요한 것들에 대한 피곤함이 자리 잡은 것이다. 영상에 비해 '책'이 갈수록 세대의 외면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책'을 읽는 행위는 빨리 감기 할 수 없다. 오디오북이 있다고 하지만, 듣는 것과 읽는 것은 행위 자체가 다르다. 내가 직접 읽어야만 독서가 행해지기 때문에 빨리 감기라는 치트키가 없는 셈이다.
짧은 동영상, 요약본에 익숙해지면 뇌는 생각하기를 멈춘다. 그렇게 짧은 영상들에게서는 주체성을 갖기 힘들다. 결국 정보의 과잉 소비에 이은 무분별한 습득으로 마치 정보 제공자의 의견이 내 의견이 되어버리는 현상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풍경이다. 젊은 사람들은 웹툰이나 드라마와 같이 재미 위주의 콘텐츠를 더 자주 보는 것 같고, 나이가 드신 분들은 뉴스 기사와 같이 정보를 주는 콘텐츠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가직 ㅗ있는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그 공통점은 바로 모두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매우 빠르게 돌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