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4년 만에 선보이는 평론가 신형철의 신작
우리 문학을 향한 ‘정확한 사랑’이자 시대를 읽는 탁월한 문장, 평론가 신형철이 4년 만의 신작으로 돌아왔다. 다섯번째 책이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시화(詩話)’임에 그 제목을 『인생의 역사』라 달았다. 저자 스스로 ‘거창한 제목’이라 말하지만, 그 머리에 ‘인생’과 ‘역사’가 나란한 까닭은 간명하다. 시를 이루는 행(行)과 연(聯),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일. 우리네 인생이, 삶들의 역사가 그러한 것처럼.
총 5부에 걸쳐 동서고금 스물다섯 편의 시를 꼽아 실었다. 상고시가인 「공무도하가」부터 이영광 시인의 「사랑의 발명」까지, 역사의 너비와 깊이를 한데 아우르는 시들이다. 시 한 편마다 하나의 인생이 담겼음에, 이를 풀어 ‘알자’ 하는 대신 다시 ‘겪자’ 하는 저자의 산문을 나란히 더했다. 여기에 부록으로 묶은 다섯 편의 글은 시의 안팎을 보다 자유로이 오가며 써낸 기록이다. 시를 함께 읽고자 함이나 그 독법을 가르치는 글은 아니다. 직접 겪은 삶을 시로 받아들이는 일, 그리하여 시를 통해 인생을 살아내는 이야기라 하겠다. 저자의 말대로 시를 읽는 일은 “아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일 터이므로.
‘시’는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예술이다. 시는 행(行)과 연(聯)으로 이루어진다. 걸어갈 행, 이어질 연. 글자들이 옆으로 걸어가면서(行) 아래로 쌓여가는(聯) 일이 뭐 그리 대단할 게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인생의 육성이라는 게 있다면 그게 곧 시라고 믿고 있다. 걸어가면서 쌓여가는 건 인생이기도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인생도 행과 연으로 이루어지니까. (7쪽)
"새를 손에 쥐는 일은 보호하고자 하는 동시에 다시 그 손에서 벗어나지 않게 지키는, 일종의 역설적인 행동이다." (p.26) 이 한 구절에서 우리는 삶의 깊은 통찰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삶을 보호함과 동시에, 자신으로부터도 삶을 지켜내는 일이 마치 사공이 배를 저어 나가는 것처럼 필연적이다. 특히나 자신의 존재를 마주하고 그것을 초월하려는 의지는 때로는 굉장한 역설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새를 손으로 쥐는 일, 그것은 내 손으로 새를 보호하는 동시에 내 손으로부터 새를 지켜내야만 하는 이중적인 행위일 것이다." 이 문장 속에는 인간의 삶과 그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신형철의 책 인생의 역사는 그가 오랜 시간 사랑해 온 시들을 통해 인생의 복잡하고도 다양한 측면을 성찰한 결과물이다. 고통, 사랑, 죽음, 역사, 반복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들이 중심을 이루며,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시와 에세이의 단순한 결합을 넘어 독자에게 인생의 깊이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통찰을 선사한다.
“시집”을 펼치고 천천히 “시”를 읽던 때가 도대체 언제였던가? 한 때는 나도 하늘과 별과 시에 눈물방울 찍어내던 감성 소녀였건만, 세상사에 시달리는 어른이 되고 만 지금은 “시는 무슨 시!?”라며 무심하게 되었다. 집의 책장을 훑어보니, 시집이라고는 딱 한 권뿐이었다. 이래저래 인생에 치여 살다보니 이렇게 팍팍하고 메마르게 되었구나...
그런데 독서 모임에서 “인생의 역사”라는 시화집을 읽자고 한다. 솔직히 제목만으로는 썩 내키질 않았다. 인생도 별로고, 역사는 더더욱... 거기다 시화집이라고? 그래도 읽자고 하니, 어쨌든 책을 사들고 왔는데, 한마디로 뜻밖이었고 기대 이상이었다. 생업이 빡세서 책을 맘 놓고 읽을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불고하고, 이 책은 꽤 짧은 시간에 다 읽어냈다. 그리고 참 가느다랗긴 하지만, “감성”이란 것이 아직 내 안에 남아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나는 책을 고를 때 편견이 있다. 특히 책을 고르는 기준과 가장 거리가 먼 범주는 시다. 독서모임의 좋은 점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나쁜 독서 습관을 보완해 줄 매우 감사한 만남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접한 '시'라는 장르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시문학은 책 한 페이지에 여백이 가장 많은 문학이다. 여백을 이해하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달려 있다. 이것은 책의 머리에도 언급되어 있다.
시에서 느껴지는 마음이 작가의 마음에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린 아들에 대한 작가의 마음. 나는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었지만, 이렇게 나 자신으로부터 내 삶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내 두 딸들이 불쌍해요. 이제 나는 사육사가 거의 필요 없을 정도로 컸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가해자가 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감히 묻지도 않았는데 바보 같은 내 자신을 탓한다. 내가 그 이론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 나는 항상 책에서 읽지만, 나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고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독서량은 4.5권으로 2019년 조사 때보다 3권이 줄어든 수치라고 한다. 이마저도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합친 수치라서 종이책만 기준으로 한다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게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입시와 과제 등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학창 시절이 지나고 성인이 되면 평균 독서량이 감소한다. 이런 많은 책들 가운데 아마도 가장 많이 외면 받고 있는 도서 분야가 시일 것이다. 수업 시간에 교과서 속에서만 주로 접했던 이 시를 성인이 되고 나서도 꾸준히 읽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언급하거나 읊기 시작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시는 문학적 허세를 드러내기 위해서나 지나치게 감성적인 사람들만 좋아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생의 역사는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30개의 시를 해석하며 평론한 책이다. 책을 읽으며 사랑과 삶, 죽음과 예술, 문학과 시대를 읽을 수 있었다. 30개의 시를 다시 보면 좋겠지만 여기서는 6개의 작품만 다루고자 한다.
먼저 ‘무죄한 이들의 고통에 대하여’ 편에 얽힌 욥의 시를 다루고자 한다. 욥은 성경에서 고통을 당한 자로 서술된다. 욥은 고통을 당하기 전 성경에서는 의로운 자로 표현되어 있다. 사단은 이런 욥을 시험하고자 하나님과 대면한다. 그때 하나님은 생명에는 손을 대지 말고 고통을 허락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책에 적힌 ‘욥의 마지막 말’에서는 욥이 주님께 잔인하다면서 고통을 호소한다. 그는 자식을 잃고 갖은 병에 걸리고, 재산도 잃고 삶에서 당할 수 있는 고통이라는 고통은 다 겪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욥을 무죄한 자라며 고통을 당하는 자라고 서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