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 지눌은 한국 불교 역사에 있어서 원효와 함께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원효가 백가쟁론으로 회통불교의 초석을 놓았다면, 지눌은 선종(禪宗)과 교종(敎宗) 간의 대립을 막고 인간의 참다운 모습을 밝히며 마음을 수련하는 회통수심(會通修心)의 불교를 확립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수심결은 참선을 통해 마음을 닦는 수련 내용을 저술한 것으로 간결한 문장과 적당한 분량으로 부담 없이 참선에 입문할 수 있는 책이다. 법화경에 나오는 화택비유(火宅比喩)를 인용하며 삼계(三界)의 뜨거운 고뇌를 마치 불타는 집과 같다고 표현하고, 괴로운 생사의 윤회를 벗어나기 위해서 오직 부처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방법으로 자기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과 자신의 성품이 곧 참다운 법이라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여 스스로 마음을 닦아 부처를 이루는 방법에 대한 9문9답을 제시하고 있다.
제1문답에서는 우리 몸 안에 있는 불성(佛性)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스스로 보고, 듣고, 깨달아 알 수 있는 것 자체가 곧 불성의 작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견왕과 바라제 존자의 대화를 통해 작용하는 중에 불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불성이 작용을 하면 모든 것이 불성이지만 작용하지 않으면 자신의 몸도 보기 어렵다는 말에서 자신이 먼저 변화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태 안에서는 몸이고, 세상에 나와 사람이 되며, 보는 것과 듣는 것과 냄새를 맡고, 말을 하며, 붙잡고, 부지런히 걷는 것이 모두 작용하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행하는 모든 것들을 통해 존재를 인식하고 그 존재감에서 불성의 존재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불성이 두루 나타나야 온 세상을 다 감쌀 수 있는 것인데, 그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면 그저 허공에 떠다니는 티끌과 같다는 말에서 우리의 존재가 나 하나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어우러지고, 선한 기운으로 작용할 수 있을 때 존재감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