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에 대학을 들어갔다. 내가 대학을 들어가 무렵에도 웬일인지 캠퍼스 한 켠에는 여전히 8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보잘 것 없으나마 글쓰기에 취미를 가졌던 나는, 단지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새내기 시절 무작정 편집실이란 곳엘 찾아들었다.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들이 이른바 ‘이분법으로 가득한 세상’의 모순과 불합리함을 젊은 혈기로 열심히 성토하던 곳. 그전까지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세상이 아닌, 그동안 은폐되고 왜곡돼 있던 세상이 따로 있었다는 사실에 나도 덩달아 흥분했었다. 온통 이유 없는 우울함으로 채색된 스무 살 청춘이, 비록 더 이상 독재정권도 없고 5.18도 없지만, 여전히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는 이데올로기나 권력의 문제 등 이 ‘거대담론’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