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1년 초 ‘재스민 혁명’의 물결이 중동 곳곳을 뒤흔들던 때였다. 그해 3월 6일 ‘모리화(재스민) 시위’가 예고되어 있던 베이징 중심가 왕푸징으로 취재를 나갔다. 온라인에서 집회 장소라고 지목된 맥도널드와 케이에프시 매장 안의 많은 손님들은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계속 주변을 살피는 사복경찰들이었다. 거리의 청소부들도 눈에 띄게 깔끔한 차림으로 쓰레기도 없는 도로를 빗자루로 계속 쓸면서 행인들이 모일 수 없게 했다. 공사를 하지 않는데도 거리 한가운데를 공사장 가림막으로 막았다. 살수차들은 물청소를 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거리를 계속 돌아다녔다.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었다. 시위는 없었고 권력의 불안함만 가득했다.” (6쪽)
지난 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를 비난하며 경제제재에 나설 뿐 군사행동에는 나서지는 않았다.
미국은 러시아를 연신 비난하더라도 섣불리 군사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 그 이유는 자신과 큰 이해관계가 없는 동유럽 국가를 위해 제3차 세계대전의 위험을 감수할 리 없다는 것이고, 또 다른 이유는 현재 미국의 주된 관심사는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이지 러시아가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 지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중국이 벌인 무역전쟁과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말을 생각하면 미국의 잠재적 주적은 중국이지 러시아가 아닐 것이다.
G2로 대표되는 국가,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국가, 바로 우리 이웃나라인 중국이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 값싼 공산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로만 여겼던 나라가 어느 새 ‘팍스 시니카’(Pax Sinica)라는 이름으로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고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