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손홍규의 네 번째 단편집 혹은 여덟 번째 진심
손홍규의 네 번째 소설집 『그 남자의 가출』. 인간 존재에 대한 치열한 탐구와 유쾌하면서도 탄탄한 서사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온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사람'이라는 공동의 목적지를 향해가는 아홉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날로 가팔라지고 있는 세계의 경사진 현실을 형형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서설과 소설을 둘러싼 현실에 따듯한 온기를 돌게 한다.
노년에 접어든 평범한 사내와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정읍에서 울다》와 표제작 《그 남자의 가출기》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이들 작품에서 주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 숨어 있는 비일상적인 것들이 한순간 드러나면서 생기는 생경함과 비의를 통해 서사를 이끌어나가며, 주인공들을 앙상하게 하고 비루하게 만들면서 인간관계를 지치게 한 시스템의 음험함과 세계의 부조리를 드러낸다.
정리: 예순셋의 그는 집을 가출했다. 아내와 살기 싫어서다. 그는 가뜩이나 몸도 성치 않는데 2, 3년을 방을 얻고 나가 살았다. 아내와 살기 싫어서 떠났지만 그는 항상 집을 배회하고 아내의 일거투 일수족을 살핀다. 아들이 가운데 끼어서 중간 역할을 해 주어서 아내가 무엇을 불안해하는지 알게 된다. 대파를 심었는데 양파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종묘상에 갔다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밤 아내에게 전화해서 그럴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살던 셋집에서 가출해 집으로 왔다. 재미있게 꾸며진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를 생각해 본다. 늘 살기 바빠 자기 정체성을 잃고 부대끼며 산 아내는 괜히 미워질 것이고 내 몸이 좋지 않은데 잘 먹고 잘 자는 아내가 싫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