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조미아’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에서 중국 남부의 윈난, 구이저우, 광시, 쓰촨 성, 인도 동북부에 걸쳐 있는 해발 300미터 이상의 고원 지대를 가리킨다. 세계사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동남아시아 산악지대가 ‘조미아’라는 이름을 얻어 역동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소수종족이 역사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동남아 대부분에 걸쳐 역사상 평지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때가 더 많았고, 국가가 존재했던 경우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심원 체제로 무척 가변적인 영향권이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여러 동심원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거주지나 소속감을 바꾸기도 했고,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변경 지역으로 자유를 찾아 이주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왕국’과 ‘국가’ 중심의 역사 서술은 이러한 시간적, 공간적 특성과 왕국 바깥에 살고 있던 사람들을 무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고산 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뒤처지고 야만적이며, 점차 선진적이고 우수하고 더 번성한 사회와 문화에 흡수된다고 보는 문명 담론을 비판한다. 저자에 따르면 평지 국가의 문명 담론은 '국가 내부에서 지배를 받으면 문명, 그렇지 않으면 원시'라고 자기 편의대로 갖다 붙인 것"일 뿐이다.
이번 인류학 시즌은 무지배와 자율, 자율적 삶과 복종에 대한 주제로 크로포트킨 『크로포트킨 자서전』, 피에르 클라스트르 『국가에 대항하는 사회』, 클리포트 기어츠 『극장국가 느가라』, 마지막으로 제임스 C. 스콧의 『조미아, 지배 받지 않는 사람들』을 읽었다. 이 책의 공통점은 국가 혹은 중심에 대한 자명성을 의심하고 국가 안에서나 국가 밖에서 자율적 삶에 대해 고민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조미아, 지배받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2천년 동안 평지 국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국가피하기 달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조미아’란 평지에서 산으로 도피한 산악민들로, 그들은 국가 만들기 과업의 폭정에서 달아난 도망자, 탈주나, 노예들이었다. 산악인들은 의도적으로 국가피하기의 전략을 고안해 냈고, 자율적 삶을 위해 거주지와 생계방식, 사회 구조를 선택했다. 그들은 국가가 없는 미개인이 아나라 국가를 멀리한 ‘기획된 야만인’이었다.
제임스 C.스콧은 조미아 산악지대의 ‘국가피하기’를 연구하는 것은 국가 만들기의 전모에 대해 이해하기 위한 연구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