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신에게도 마법이 찾아올지 모른다,
세상 끝에 내몰린 알로라 마을에서처럼.
마법은 늘 절망의 순간에 찾아와 우리에게 손을 내민다
세상 끝에 내몰린 마을이 있다. 이탈리아 북쪽 절벽 도시 알로라.
전염병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그 슬픔의 무게를 안은 채 관을 짜며 살아가는 알베르토가 있다. 대다수가 죽고 떠났던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왔지만 목수였던 그는 죽은 이들을 위해 관을 짜는 일뿐. 거리에 버려진 그림처럼 시들어 버린 마을에 찾아온 수수께끼 같은 소년과 새. 알로라 마을에는 무슨 일이 펼쳐질까?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마틸다 우즈의 아름다운 데뷔작이다. 마법 같은 사실주의를 보여 주었다는 평을 받으며 비평가뿐 아니라 독자들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마틸다 우즈는 첫 작품을 펴낸 뒤 잇달아 책들을 쏟아 냈다. 마치 이야기를 품고 세상에 온 것처럼. 그리고 불과 몇 년 만에 전 세계 독자들에게 귀 기울여야 하는 젊은 이야기꾼으로 자리매김했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포근하고 설렌다. 기억 속의 가장 따뜻했던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예고 없이 덮친 코로나로 어두운 날을 지나고 있는 지금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동화다.
더 나아갈 수도 물러날 수도 없을 때,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지금 여기 우리 곁에 마법이 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우리 마음, 우리 이웃 어디쯤엔가 숨어 있을 마법을 찾게 되지 않을까. 마법은 환상이 아니라 절망과 현실에서 피어나 세상을 밝히는 노래니까.
알베르토의 첫 번째 관
알로라 마을은 하늘을 나는 물고기와 아름다운 골목길로 유명했다. 그래서 관광객과 화가들이 많이 찾아왔다. 알베르토는 낮에는 손님에게 팔 물건을 만들고 밤에는 장난감을 깎는, 알로라에서 으뜸가는 목수였다. 알베르토 집은 찬연하고 시끌벅적하고 생기와 행복 가득한 칠 년을 보냈다. 그러던 한 겨울에 돌기 시작한 전염병이 봄에 접어들자 알로라를 덮쳤다. 그러나 유일하게 부유한 알로라 시장은 전염병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족과 함께 길고 긴 휴가를 떠났다. 처음에는 묘지에 시체를 묻었다. 구덩이 하나에 시체 수를 늘리다가 더는 땅에 묻지 못하고 천으로 말아서 바다에 던져 버렸다. 알로라가 시들어 갔다. 전염병은 결국 알베르토 집에도 닿았고, 아이들을 차례대로 데려갔고 아내마저 아이들을 따라갔다. 관 짜는 사람도 다 죽었다. 알베르토는 자기가 직접 관을 짜기로 했고 가족을 묻은 뒤 자기 관을 만들기 시작할 즈음 병마가 마을을 떠났다.
시장의 이른 주문
삼십 년 뒤, 시장은 황금참나무로 관을 신청했다. 황금참나무가 진귀하고 비싸기 떄문이다. 마을에서 제일 크고 웅장한 관을 사용하는 건 시장의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치수 재기를 거부하고 백칠십팔에 백칠십팔을 주문했다. 기한을 묻자 불안한 기색으로 긴 수명의 유전자를 자랑하던 차에 가난한 보니토 양의 시체가 도착했다. 홀로 죽음을 맞은지 일주일은 더 지난 보니토 양 곁에 머물러 주고 자신의 관을 내어 주고 비석도 마련해 주기로 했다.
신비로운 새
알베르토가 보니토 양 시체 곁에 잠든 밤, 찬란하게 빛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날아 올랐다. 새는 탁자 위에 여자가 몸을 쭉 펴고 누워있는 것과 머리 센 나이 든 남자가 그 옆에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부자가 되기 위해 알로라로 온 얼간이 낚시꾼이 하늘 위 새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모두가 자기를 바보라 하지만 은빛 물고기와 저리 빛나는 새를 날마다 보고 싶어서 마을에 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