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자살 예방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픈 생각에 정신과 의사로 전향한 예일대학교 나종호 교수는 첫 책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에서 사람 도서관 ‘사서’를 자처한다. 저자는 마치 사람 도서관처럼 자신의 환자들과 다른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 그중에서 운 좋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저자 나종호는 미국에서 중독 정신과 전임의를 하는 동안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 놓았다. 노숙자 이야기부터 소수 인종(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조울증, 중독, 자살에 관한 이야기까지 인생의 어느 한 부분에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의사이지만 의사이기보다는 한 사람으로서 그들을 바라보고 공감하고 때로는 새로운 시각으로 독자에게 정신병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저자는 사람 도서관의 훌륭한 사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기억에 남는 한 에피소드는 ‘공감과 동정, 그 사이 어딘가’라는 글이다. 중증 자폐층 아들 ‘제이콥’을 데리고 정신병동에 자주 들르는 제이콥의 어머니는 아들이 환청을 듣는다고 호소한다.
정신과 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향한 대중의 낙인과 편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그 구성원을 직접 만나는 일이다.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 내 눈앞에서 스스로의 의미있는 삶을 소개하고 함께 이야길를 나누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것을 증명하는 실제 사례가 바로 뎬마크에서 시작된 ‘사람 도서관’이다. 이곳에서는 책이 아닌 ‘사람’을, 기간은 며칠이 아닌 30분 가량 대여해주는 것이다. 사람도서관 뒤편의 서고에서 ‘책’들은 자신을 대여할 사라을 기다리며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서로의 삶을 알아가고 서로에게 공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람도서관 서고 한켠이 이야기다. 내가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은 나에게 새로운 책과 같았다. 그 책 속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감동적이고 자주 슬펐으며 눈물나도록 아름다웠다.
첫 문장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책이 있다. 책장을 여러 번 덮고 생각하게 하는 책이 있다. 내가 그것을 읽고 다시 읽기로 결심하게 만드는 책이 있다. 작가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 있어 작가의 소개를 다시 본다. 이 책은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인생의 많은 문제들은 사람들에 대한 오해, 오명, 그리고 증오로부터 온다. 심리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 소수자, 성적 소수자. 그들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러한 자유를 맛보게 한다. 의료정보가 담겨 있지 않아도 치료받는 느낌을 준다. 끝없이 따뜻한 저자와 마주앉아 있는 듯한 느낌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