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불황을 극복하는 ‘이코노믹 센스’연말에 보너스도 받았고 월급 받은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내 통장은 왜 텅 비었을까? 할인 상품만 골라 사고, 여러 사이트에서 가격을 꼼꼼히 비교한 뒤 물건을 사는데도 나는 왜 항상 돈이 없을까? 내 월급이 적어서일까? 내가 너무 과소비하고 있나? 그런데 과소비가 전부 나의...
1. ‘돈’, 모두 똑같은 돈이 아니다.
지갑 속에 있는 만 원이나 통장에 들어 있는 만 원은 똑같은 만 원으로 여겨진다. 아르바이트로 번 5만 원이나 길을 걷다 주운 5만 원 역시 똑같은 5만 원으로 생각하기 쉽다. 행동경제학이 대두되기 이전에는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어떻게 벌었든, 어디에 쓰든, 어떤 방식으로 보관하든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은 서로 완벽하게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지갑 속에 있는 만 원과 통장 속 만 원을 전혀 다르게 대한다. 일해서 번 돈과 우연히 얻게 된 돈에도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 현금 만 원과 상품권 만 원 역시 금전적으로는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즉, 우리는 동일한 금액일지라도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돈을 지출하는 방식도 달리한다.
미국 코넬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상품권 사용에 심적 회계가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수행하였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서점에서 두 부류의 책을 살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도록 유도했다. 한 부류는 소설과 같은 여가 활동을 위한 서적이고, 다른 부류는 참고서 등의 실용 서적이다. 그러고 난 뒤, 한 그룹에는 현금을 지급하고, 또 다른 그룹에는 상품권을 지급했다. 그 결과, 상품권을 지급받은 실험군은 대부분 소설책과 같은 여가 활동을 위한 서적을 구매했다. 그러나 현금을 지급받은 실험군은 상대적으로 실용 서적 등 자신에게 필요한 서적들을 구매하는 비율이 더욱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연구팀은 또 다른 방식으로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일련의 상식 문제를 풀게 하고, 참여한 학생들에게 10달러씩을 지급하였다. 이때 한 그룹은 현금으로 10달러를 지급하고, 다른 그룹은 10달러짜리 상품권을 지급하였다. 그러고 난 뒤 학내 매점에서 최소 5달러를 반드시 소비하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