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땅의 모든 65세에 바치는 노래!!이 소설은
그동안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성찰을 계속해온 강명희 소설가가 세 번째로 펴내는 작품집이다. 『65세』에는 떠난 여인을 찾아다니는 중장비 기사, 어머니 덕분에 살면서도 어머니를 칼로 찌른 아들, 베이비부머 맏세대 65세 여성, 헤어졌다 다시 합친 노년의 부부...
노래 잘한다고 해서 다 가수가 되는 게 아니고 운동 잘 한다고 해서 다 운동 선수가 되는 게 아니다. 글 잘 쓴다고 해서 다 소설가가 되는 게 아니다. 주목을 받으려면 재능과 열정, 운이 따라야 한다. 운이 중요하다. 작품의 수준은 비슷하다. 어떤 작품이 뽑히는가가 운이다. 하지만 작품으로 승부하는 것보다 학연, 지연, 인맥도 무시하지 못한다. k는 그렇게 운이 없었다. 나와 사십 년을 교류한 친구지만 내가 쓴 작품을 합평할 때 무섭도록 비평했고 몇 작품을 읽어 보라고 보내면 끝까지 읽지 않아서 자존심 상해 교류를 그만두었다. 그런데 죽었다는 부음을 듣고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에게 자존심 세우고 토라지고 했던 자신이 옹졸해서 죄스럽다. k의 유고집과 추모제를 하면서 k에 대해 추억한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k의 유고집 출간 기념회 겸 추모제가 열리던 날, 산본 도서관에 다녀왔다.
정리: 가을, 겨울, 봄, 세 편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몸이 불편해 경제 활동을 못한다는 이유로 아내가 남편에게 아니 인간이 또 다른 인간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정식은 익숙하게 봤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자는 것은 물론이고 밥도 함께 먹지 않았고 대화도 하지 않았다. 옷도 함께 걸지 않았다. 그런데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제사를 정성껏 지냈다. 아버지는 죽어서야 대접받았다. 정식은 무슨 일을 당하면 속으로 삭혔다가 어떤 날 화가 일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한다. 정남은 일을 당하면 화산처럼 폭발하고 뒤끝이 없다. 형제지만 내면은 극과 극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형제의 이야기다. 코로나까지 겹쳐서 결코 평안할 날이 없는 현실임을 책을 보며 실감한다.
정리: 살림을 하든지 이삿짐을 나르던지 그 속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진정성이 사람을 감동시킨다. 그게 성공한 것이다. 여름에 성실한 도우미 여자와 예쁜 몽골 언니는 내게 큰 걸 가르쳐 주었다. 두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생산적이지 않는 글쓰기를 포기하며 삶을 진행 시키지 못한 채 괴롭고 힘들게 살았을 것이다. 그들은 내 스승이다. 여름날의 판타지는 성공적이다.
소설을 쓰는 나는 세 명의 손주를 봐야 하는 할미 맘이다. 딸이 어렵게 잡은 직장을 애 셋 낳고 그만두려 하는 것을 –내가 봐 줄게- 했다. 날짜가 되면 꼬박꼬박 입금되는 월급을 받는 딸 직장에 비하면 내 소설 쓰기는 생산적이지 않다. 새 도우미를 구하고 나면 보름 후에 또 넓은 집으로 이사도 가야 한다.
친정 아버지는 딸인 나에게 대학 등록금 한 번 내주고 그걸 받아 내려고 했다. 시집올 때도 이불 한 채 해 주셨다. 어머니 돌아가시자 일년 만에 열다섯 아래인 여자와 팔십 세가 되어서 재혼했다. 여자는 오년을 살면서 아버지를 홀렸고 결국 집을 팔게 했고 돈을 가지고 미국에 산다는 아들에게로 도망갔다. 아버지는 충격으로 뇌출혈이 되고 퇴원해서 딸의 집에 오셨다. 아들은 마흔이 되어서 다섯 살 많은 연상녀와 결혼 했다. 딸 하나를 낳고 사는데 뭐든지 며느리 말만 듣는 아들이다. 엄마가 말하면 핏대를 올린다. 내 생일에 아들과 손녀가 온다고 한다. 아들은 손녀가 먹을 밥상을 택배로 보내지만 나는 친구가 준 밥상에 손녀를 앉게 할 것이다. 새 의자는 반품할 예정이다. 아버지는 어눌한 말투로 내게 미안하다 하시며 새어머니를 원망하지 말라 하셨다. 그리고 당신을 요양원으로 보내 달라신다. 그렇게 할 것이다. 65세,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내 노년의 하루가 막 시작 된다. 누구의 딸,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누구의 할머니인 이 자리를 퇴직할 것이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 살 것이다. 당당하게 내 권리를 찾고 누릴 것이다.
정리: 내가사랑하는 서영은 이기적이다. 양다리를 걸치고 남자를 만나는데 나는 속물이고 의사는 욕망이다. 나는 서영이가 원하는 것을 거절한 적이 없다. 결혼한 서영이 나를 보고 그대로 그렇게 사랑하며 살자고 한다. 나는 죄를 짓고 싶지 않다. 아무리 사랑해도 보내야 한다. 그래서 미친개처럼 왈왈왈왈 짖는다. 산속에 버리고 돌아선다. 사랑했기 때문에 이제 내가 너를 보낸다고 단호하게 떠나온다. 첫추위에 고꾸라지는 놈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별이 온다 해도 다시 시작할 테다.
나는 서영을 사랑한다. 좋은 결혼 조건도 갖고 있지 않아서 서영에게 병든 아버지는 오래 살지 못하고, 시어머니 안계시니 고부 갈등 없겠고, 할머니의 노동력은 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