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에게는 헌법이 있다』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헌법 및 통일법 권위자 이효원 교수의 헌법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이효원 교수는 14년간 법을 집행하는 현직 검사로 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법이 수호하는 가치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이 책은...
‘나는 오빠를 묻을 거야. 그런 일 하고 죽는 건 명예로운 일. / 나는 오빠의 것이니까 경건한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 / 오빠 곁에 누울 거야.’ 민주주의가 최초로 발생했던,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인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속 한 대사이다. <안티고네>는 반역자의 시체를 까마귀의 밥이 되도록 두고, 장례를 할 수 없도록 막아 치안을 유지하려고 하는 지도자, 크레온과 그것에 저항하는 안티고네의 모습을 보여주는 고전이다. 이 대사는 비록 현대처럼 헌법이 존재했던 세계는 아니지만, 악법에 저항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는 자연법에 의해 행동하는 인물을 보여줌으로써 저항권, 그리고 시민 불복종이라는 현대적 개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때의 세계는 민주주의와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형식적 틀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때이기에, 현대의 헌법을 위한 논의와는 다른 점이 드러난다. 따라서, 필자는 현대에는 헌법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를 알아보며, 헌법의 주요 원리와 시민의 권리는 어떻게 지켜져야 한다고 보는지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자 한다.
국민 주권의 원리
국민주권의 원리는 단어 그대로 국민이 국가의 의사를 결정할 주권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가 인식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대외적으로는 국가 주권으로서 기능하고, 대내적으로는 헌법 이념의 기초가 된다. 그러나, 이는 폭력적이고, 비도덕적인 이들이 권력을 가지는 것을 수용하고, 그에 대한 국민 개개인의 책임성과 죄의식을 둔감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 원리를 현실에 실현함에 있어서는 직접 민주주의에 의한 보완과 자국의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성찰이 꼭 필요하다.
필자는 국민주권과 관련된 논의를 읽으면서, ‘모든 문제를 헌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밀실에 침입하거나 독재권력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위험을 초래한다.’ 라는 구절을 보다 한 가지 의문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