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문열의 문장으로 되살아난 동양의 고전『수호지』제10권. 불의로 가득 찬 세상에 도전하는 백여덟 영웅호걸의 통쾌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 또한 송나라를 중심으로 한 국제 관계, 당시 사회 체제 및 서민들의 생활상, 북송 시대 하층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이문열 특유의 해박한 지식으로...
만화로 봤는데 영웅호걸들의 의리 하나는 삼국지 못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축구 하나 잘해서 관직에 오른 고구부터 굉장히 재미가 있었다. 양산박이라는 도적 떼는 세력은 엄청 커보였지만 반역 세력도 아니고 아무튼 술 좋아하고 호탕한 호걸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조개는 반역죄를 뒤집어 쓰고 고충을 겪는다.
하지만 그는 의리가 넘치고 인정 많은 성격 덕에 많은 호걸들로부터 두령으로서 대접을 받게 된다. 나중에 가면 영웅들이 너무 많이 등장해 헷갈리기까지 한다. 나는 송강이 거의 이 소설, 만화의 주인공이라고 봤다. 백성들을 아끼고 주인공격으로 대접받는 걸 보니 유비 스타일의 인물이었다.
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는 여러 고전 작품이 있지만 어릴 때부터 자주 접했던 부류 중 하나이고 또 위인전 느낌의 영웅적 요소들이 많이 섞여 있어서 ‘수호지’라는 소설을 선택하게 되었다.
먼저 수호지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중국 명나라 시대에 쓰인 소설로 108명의 유협이 황제에 대한 충성심을 다지고 부패한 조정과 탐관오리들에 저항하는 내용이다. 수호지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시내암의 수호지, 오승은의 서유기, 작자미상인 금병매나 홍루몽을 포함하여 중국 4대 기서라고도 불리는 명작이다. 여기서 ‘기(奇)’라는 한자는 기이할 기라는 한자로 기이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뜻이다. 다른 의미로 판타지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 4대 기서라고 불리는 고전들이 있다. 삼국지, 서유기, 금병매 그리고 수호지이다. 서유기와 삼국지는 몇 번이나 읽어보았던 책이지만 수호지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어렸을 때 간단한 만화형태로 된 책은 읽어보았지만,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언젠가 시간되면 한번 읽어봐야지라는 생각만하고 있었는데, 마침 서가에 꽂혀있는 책이 눈에 들어와 읽어보게 되었다. 이로써 나는 중국의 4대 기서인 금병매, 서유기, 수호지, 각국지에 5대 기서를 뽑자면 들어가는 홍루몽까지 읽었으니 웬만한 중국고전은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다. 더 읽어야 할 고전으로는 봉신연의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수호지를 읽으며 새삼 중국고전의 패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중국고전은 하나의 크나큰 기승전결의 스토리 안에서 수많은 기승전결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중국고전이 하나의 이야기를 몇 십 개, 혹은 몇 백개의 회로 나누어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각각의 회차에는 저마다 어느 정도는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세 사람의 산적(p.10-30)
지금으로부터 약 900년 전, 중국 명나라의 휘종 황제 때 새로운 근위 사령관으로 고구라는 사람이 임명되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고구를 찾아갔으나 왕진은 아파 갈 수 없었다. 그 때 고구의 부하가 오자 왕진은 결국 고구를 찾아갔다. 왕진은 고구가 앙갚음 할 것을 생각해 다시 돌아오고 어머니와 함께 길을 떠났다. 한달 쯤 걸어서 버드나무로 둘러싸인 집에 머물다가 일주일 뒤 떠나려고 왕진이 마굿간에 갔다. 거기에는 한 젊은이가 있었는데 봉술이 어설펐다. 이 말에 둘이 겨루게 되고 젊은이가 져 사진은 왕진을 스승으로 모시기로 했다. 그래서 6개월 동안 왕진은 사진에게 봉술을 다 가르쳐 주고 길을 떠났다. 그리고 6월의 어느 날 사진의 집에 토끼잡이인 이길이란 사람이 와 요즘 소화산의 산적이 많아 토끼잡이를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진은 마을 사람들을 모아 산적 침입에 대비를 하였다. 이 때 산적 무리에서는 3명의 두목이 상의를 하다가 진달만 쳐들어가기로 하고 마을로 내려왔다. 그러나 진달은 결국 사진에게 잡히고 다른 의형제인 주무와 양춘이 와 빌었다.
세상이 어지러워질수록 영웅을 기대하는 마음이 강해진다. 북송(960~1127) 말기, 안으로는 지배층의 부정부패와 무능, 그리고 밖으로는 이민족의 끊임없는 침입으로 백성의 삶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비록 소설속이지만, 이때 등장하는 108명의 영웅들은 당시 백성에게는 한 줄기 희망이었을 것이다. 또한 현실에서는 부재한 영웅들이 악을 물리치고 선을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영웅 소설은 많지만 수호전만큼 다양한 캐릭터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삼국지 외에는 바로 떠오르는 작품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이들 캐릭터 중에서 가장 호감이 가는 인물은 역시 송강이다. 수호전의 108위 영웅 중 유일하게 실존인물이기도 하지만, 삼국지의 유비를 연상시킬 만큼 후덕한 인품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리더로서 호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