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개인의 삶을 헝클어뜨린 참담한 역사와 이념의 대립!『불타는 섬』. 한국현대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상흔으로 남은 제주 4·3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작품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역사인식을 허물면서 섣불리 누구의 편도, 누구의 적도 될 수 없는 주인공의 운명을 통해 수십 년 전 제주에서 벌어진...
‘불타는 섬’은 양영수 작가의 장편소설로, 일제강점기 제주도 해녀들의 항일운 동을 다룬 역사 소설이다. 1931년 9월 일본 해군 제58기동부대 소속 군함 도 고 헤이하치로호가 제주도 근해에서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일본군은 이 를 빌미로 제주도 전역을 초토화시킬 계획을 세웠다. 이때 수많은 제주도민들 이 목숨을 걸고 저항했고, 끝내 승리하여 독립을 쟁취하였다.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하고자 했다. 특히 인물들의 감정선 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양영수의 ‘불타는 섬’이라는 책은 우리 현대사의 깊은 상처로 남은 제주도 4.3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주는 책이다. 정부와 민간인들 사이에 이분법적인 역사 인식이 사라지면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주인공의 운명을 통해 1948년 4월 3일에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을 주제로 담아냈다.
우선 주인공 친부의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에서 친부와 양부 사이에 큰 애착점이 없기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중간 시점에서 이야기를 서술해 나갔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친부와 양부가 서로 원수이거나 대립되는 점에 서 있는 배경과 그에 따라 아들이 진실을 알고 방황하는 스토리가 많이 보인다. 그 안에서는 아들이 자신을 키워준 양부가 선이든 악이든 양부를 좀 더 두둔하는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을 많이 받았다면 이 소설에서는 양부도 일찍 죽어 친부와 양부 모두 정을 느낄 시간이 없었기에 자신의 뿌리에 대한 방황과 진실을 알고자 하는 치우치지 않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제주 4.3의 이해‘ 과제 때문에 ’불타는 섬‘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강좌를 듣기 전까지는 내가 제주에 사는 사람이어도 4.3사건에 대해 관심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강좌를 수강하고, 또 ’불타는 섬‘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4.3사건에 아픔과 현실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제주 4.3사건은 제주와 제주인들의 삶을 처참히 무너뜨린 역사적 사건이다. 아직 우리나라, 더 좁게 범위를 줄이면 제주도민들만 봐도 어떻게 해서 발생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1945년이 되던 해에 제주도에도 광복이 찾아오고, 일본군들이 철수해 섬 밖으로 나갔던 대부분의 제주인들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돈, 일자리, 생필품등의 부족으로 인한 굉장히 어려운 생활환경에 놓여있었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잊혀 지지 않는 기억 하나 쯤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억들은 우리들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물론 그 주변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기억들은 각자의 안에서 평생 동안 남겨질 문신 같은 그런 기억일 것이다. 우리 제주에서도 평생 남겨질, 그리고 절대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그런 기억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주라 하면 비일상적 공간으로서 이국적 정취가 느껴지는 일탈과 휴양의 공간으로 그저 관광지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관광지로서의 매력은 제주가 섬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제주의 비극적인 현대사도 어쩌면 제주가 섬이라는 것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권력에겐 지척이었으나, 제주도민들에겐 저승과 이승의 사이처럼 멀었던 그 비극적인 거리감 때문에 해방 직후의 권력자들은 부담 없는 학살과 폭력의 공간으로 제주를 유린하였다.
불타는 섬은 제주 출신 작가가 쓴 작품이라서, 대화는 거의 모두 제주어로만 쓰여 있고 또한 제주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제주의 정서가 그대로 작품에 반영되고 있다. 제주어를 모르는 육지사람의 경우에, 대화에 나오는 제주어는 같은 한국말이 맞나 할 정도로 난해하고 독해가 어려웠으나, 알아듣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으로 여러 번 읽었더니, 어렵지 않게 술술 이해가 되더라,라는 소감이 있었다. 경찰후원회장이 된 매제를 산으로 간 산사람, 즉 폭도인 처남이 죽이고, 그 와중에 낀, 아내이자, 누이동생은 그 모든 것을 목격하고선 아들에게, 너의 아버지를 죽인 이는, 너의 어머니의 오빠다..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기에 그 모든 것을 숨기고 그 아들의 절친은, 바로 그 어머니의 오빠의 아들 즉 외사촌이었다.
제주4.3사건은 제주인들의 삶을 헝클어뜨린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도 4.3사건에 대해 제주도민을 포함하여 다른 지역 사람들은 왜 일어났는지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역사 교과서에서도 4.3사건에 대한 설명이 3,4줄로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제주도민으로써 4.3사건에 대한 배경과 과정을 잘 알지 못하는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4.3이 왜 일어났는지, 어떻게 일을 벌였는지 알고 싶었다.
당시 제주도는 광복이 끝나고 일본군들이 철수해 외지에 나간 대다수의 제주인들이 귀환하였으나 이들은 일자리와 돈, 생필품 부족으로 인해 콜레라 발병으로 수백 명의 인명 희생을 당해 굉장히 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 또한 극심한 흉년 까지 겹쳐 일제에 부역한 경찰들이 미군정하에서 다시 치안을 책임지는 군정경찰로 변신하여 사회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런 참혹한 제주의 상황에서 1947년 3월1일,이른바 3.1절에 경찰이 시위하는 군중에게 총을 발포하여 주민이 사망 또는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제주도는 나에게 일상생활로부터 분리시켜주는, 위안을 주는 휴식처였다. 가족여행, 수학여행 등 관광으로 가장 유명한 국내 여행지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고 청정한 이미지의 제주도에 이러한 아픔이 있는 역사가 있을 줄 전혀 상상도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육지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섬이라, 해방 직후 권력자들은 학살과 폭력의 공간으로 제주도를 선택하였다. 제주도에 정착한지는 3달이 되어 가지만, 이 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제주4.3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주인공 ‘강철승’은 4.3사건 당시 악명 높았던 서북청년단출신의 제주 경찰이자 좌익 유격대의 대장을 사살한 아버지를 둔 대학원생이다. 아버지는 그 보복에 의해 순직하였다.
지난 여름 휴가 때 제주도에 갔다. 민박집 아주머니의 친절함, 우도의 정취, 사빈백사 해안의 청량함 그리고 길 물으면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버스기사까지 그 순간 제주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그러나 이곳 제주는 지난 1948년 4월 3일 발발하여 3만 여명이 무고하게 희생된 가슴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다. 제주시민이 아니기 때문에, 지인 중에 제주 토박이가 없었기 때문에, 자라면서 참혹했던 과거를 생생히 들을 수 없었다. 다행히도 방문자 입장에서 67년이 지난 오늘, 제주에선 슬픔보단 환영을 더 느낄 수 있었다. 비극은 제주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제주 4.3 사건은 가슴 아픈 ‘우리 역사’의 일부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4.3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점차 우리 기억 속에 사라져가는 제주 4.3 사건의 기억을 기리는 행사 중 하나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우리 기억 저편에 사라져가던 역사를 보존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정교과서 논쟁이 일어날 만큼 근현대사의 은폐와 왜곡이 심한 나라이다. 제주 4.3사건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비극적인 역사다. 1948년 4월3일을 기점으로 1954년까지 6년간 제주도에서 일어난 양민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 대량 양민 학살 사건이다. 그러나 아무리 우리나라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일지라도 이러한 충격적인 사건을 알고 있거나 혹은 바르게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유태인의 집단 대학살에 관한 영화를 보고 눈물 흘려 본 적 있으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남북한 이념갈등 속에서 미군정, 이승만 정권아래 군경들이 죄 없는 양민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그 후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이 안된 채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통을 받고 있는 사실에 눈물 흘려 본 적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고통을 우리는 역사 교육과정이 아닌 소설의 허구적인 이야기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을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느꼈던 것은 당연히 알아야 함에도 몰랐던 우리나라의 숨겨진 역사의 진실과 아픔을 이제 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좁디좁은 이 땅 곳곳에는 아픈 상처가 적잖이 남겨 있다. 1980년의 광주가 그러하고, 1951년 거창도 그런 곳이다. 이 작품의 배경인 제주 또한 우리시대 아픈 손가락이다. 정부 수립을 몇 달 앞두고 있던 1948년 4월 3일 제주에서 일어난 일은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 제정된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통해 희생자와 유가족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지만, 여전히 이 슬픈 역사를 폄훼하여 그들을 더 슬프게 한다. 그리고 아직도 유족들은 4.3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70년 가까이 지낸 이 시점에서 이 작품이 나온 것도 그 사건이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긴 그 이전의 친일청산도 못하고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겨두고 있으니 새삼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1980년의 광주처럼 희생자의 슬픔만 보이고 가해자의 사과는 보이지 않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작품을 통해 다시 1948년의 4월 봄날로 돌아가 제주에서 벌어진 일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 질문의 답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