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표제작 <내 여자의 열매>는 바닷가 빈촌에서 태어나 세상 끝으로 떠나려 하다가, 사랑도 세상 끝까지 가는 한 방법이라고 믿으며 결국 결혼에 정착한 여성을 그린다. 그녀와 남편 사이에는 점차 사랑이 없어지고 말이 없어지는데, 의사소통이 힘들어지고 달아나려는 꿈조차 좌절되자 그녀는 베란다에 나가...
1. 내 여자의 열매 책소개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한강작가의 ‘내 여자의 열매’는 1997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발간된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변신’이라는 모티브를 사용 결혼 한지 3년만에 현대의학으로 규명할수 없는 몸에 생긴 멍을 치료하지 못하고 아내가 베란다 화분의 식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남편이 화자가 되어 그려내고 있다.
2. 줄거리 소개
“내 여자의 열매”는 바닷가 빈촌 출신의 아내와 그녀의 남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아내는 자신과 같은 삶을 살기를 원하는 어머니와 달리,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 곳에 정착하기 어려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처음에는 ‘나쁜 피’를 끊기 위해 한국을 떠나 세계 곳곳을 떠돌며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그녀는 남편과 결혼하면서 그 꿈을 접게 된다. 상계동의 13층 아파트에서 살게 된 아내는 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혼한 지 4년 만에 피로와 무기력함에 시달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남편은 아내의 변화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을 겪게 되고. 아내의 몸에는 점차 녹색 멍이 생긴다,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진단하지만, 결국 아내는 베란다에서 나무로 변하게 된다. 남편은 그녀를 나무로 변한 아내로서 돌보며, 그녀가 낳은 열매를 심으며, 봄이 오면 아내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한강 작가의 「내 여자의 열매」는 2000년 3월 31일 출간된 책으로 소설의 배경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1970년생인 한강 작가가 20대를 보내온 1990년대를 배경으로 묘사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1990년대라 하면 사회가 급속한 산업화에 들어서면서 한국여성들에게 그동안과는 다른 전문적인 영역과 역할을 요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높아진 여성들의 교육수준과 함께 의식 수준도 향상되어가는 과도기였다. 그렇기에 인권 운동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져 국내 여권운동 전성기를 맞으며 가정 폭력과 성폭력, 고용 불이익 같은 상황이 대두되는 격동의 시기였다.
90년대 이전의 상황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부분이 진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삶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여성의 정년은 길지 않았다. 80년대 법원이 인정한 여성의 정년은 고작 25세였다. 여성 대부분이 평균 26세에 결혼을 하고 퇴직하여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함께, 혹은 혼자서 자유를 찾아 떠난다면, 초현실적이고 이상적인 낙원에 다다를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에서 그들은 현실과 낙원의 괴리감에 몸부림친다. 낙원의 흔적은 물고기가 입을 달싹거리듯 불을 깜박이는 전광판, 꿈에 나오는 아기 부처의 괴이한 얼굴, 출장 다녀온 사이 손에서 잎이 돋아나고 허벅지에서 하얀 잔뿌리가 자라는 아내의 모습으로만 남아있다.
<내 여자의 열매>는 한국인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단편소설집에 포함된 작품이다. 한강은 인간의 삶을 탐구하며 삶의 고단함과 희망 없음에 주목하여 많은 소설을 썼다. 이 소설도 인간의 삶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월의 어느 날 아내는 남편에게 멍을 보여준다. 남편은 멍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멍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졌으며 색도 녹색으로 점차 짙어졌다. 아내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며 옷을 벗고 햇볕을 쬐는 등 낯선 행동을 보인다. 남편의 권유로 간 병원에서는 아내에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아내는 점차 말수를 잃어간다. 남편은 출장을 다녀온 후 베란다에서 아내를 찾았다. 그곳에서 아내는 나무로 변해가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물을 주며 아내가 잘 성장하도록 돕는다. 가을이 끝나갈 때쯤 아내는 사람의 모습을 완전히 잃었고 나무가 되어 연두색의 열매를 맺는다.
아내는 점차 나무로 변해간다. 아내가 나무가 되어가는 징조를 3가지로 살펴보면, 첫째로 아내가 남편에게 보여준 푸른 멍이다.
작가 한강은 1970년 11월 27일 광주광역시에서 출생했다. 1994년 서울신문의 ‘붉은 닻’을 등단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채식주의자, 검은 사슴, 여수의 사랑 등의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강은 기이한 소재와 특이한 인물 설정, 난해한 이야기를 전개하며, 정통적 소설 문법과 섬세한 감수성, 그리고 비극적 세계관을 특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 특히 인간과 삶의 고단함, 그리고 외로움과 슬픔 안에 갖힌 아름다움을 시적인 문체로 묘사했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두 남녀는 출신지에서부터 차이를 보인다. 여자는 먼 바닷가의 빈촌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반면 남자는 본래부터 현대문명의 표상인 도시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여자는 어릴적부터 바닷가 빈촌에서 살아오면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넓은 세상, 세상 끝의 세상을 꿈꾼다. 그리고 결국 고향으로부터 떠나기를 감행한다. 그러다가 남자를 만난 그녀는 ‘이 사람과 사는 것은 내가 바라던 새로운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도시에 정착하게 된다.
그러나 점차 콘크리트와 번잡한 도시 문명 속에서 권태를 느끼던 아내는 다시 이것과는 또 다른 세상을 원하게 된다. 애초에 도시라는 공간은 자연지향적인 고향에서 자라온 그녀와는 맞지 않는 공간이었을 수도 있다. 결국 여자는 도시 문명을 온몸으로 거부하게 되는데, 이는 몸 이곳저곳에 연두색 피멍이 생겼다가 점점 커진 녹색의 멍이 잠식해가는 그녀의 몸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1.작품명 내 여자의 열매
2.작품 선정 이유
한강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첫 작품이 ‘내 여자의 열매’였고, 순수 문학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이 작품을 통해서였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처음 작품을 읽으며 소설 속 인물이 엄마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했고, 깊은 공감을 느꼈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읽게 되었을 때,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때는 내가 모든 걸 수용하고 포기하고 헌신하는 것이 관계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버틴 관계가 의미가 없다는 것을 늦게야 깨달았다. 이 작품이 지금 스무 살 초중반 사람들에게 관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 줄 수 있다고 믿어,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다.
3.작품 주제
한쪽이 희생해서 유지되는 관계는 결국 파국을 맞는다.
내가 모든 걸 포기한다고 해서 욕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도 없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아내의 나무-되기 과정은 고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섬뜩하다. 등허리와 배의 연푸른 피멍은 곧 온몸으로 번져 간다. 혀는 퇴화했고 이빨은 흔적조차 없다. 그런 아내에게 아름다움을 느끼는 남편의 모습조차 그로테스크하다. 여성의 식물성에 대한 예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속되어 왔다. 아름다운 여성은 꽃 그 자체로 비춰진다. 수줍게 틔운 꽃잎은 여성의 음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나무가 된 아내는 아파트 베란다를 떠날 수 없고, 스스로 진딧물을 잡을 수도, 물을 마실 수조차 없다. 아내가 쏟아낸 열매들은 아내의 죽음뿐만 아니라 봄이 되면 새로운 생명이 움틀 가능성을 시사한다. 남편의 도움으로 삶을 연명하고, 그러면서도 새생명의 기운으로 가득 찬 아내의 모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미디어나 예술 작품에서 묘사하는 전형적인 여성상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식물로서 소비되는 여성은 제도의 화분에 뿌리 박힌 채 감상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사람이 나무가 되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 강 작가는 상징만으로 가득한 현실 세계를 은유적 묘사로 가득한 상상 속 세계로 탈바꿈시켰다. 아내는 사람의 황량하고 기계적인 모습에 지친 나머지 태곳적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어 해서 먼 나라로 떠나려고 한다. 현대인의 나쁜 피를 걸러내고자 하는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사랑을 위해 억지로 구속하는 그는 그녀가 나무로 변한 이후에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고 사랑해 줄 수 있었다. 꽃의 은유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사람이 점점 기계 문명의 발달로 인해 퇴화하는 세계에서 생명이 역동하고 자라나며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는 식물로 변하는 아내를 통해 인간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욕망을 가지고, 그로 인해 순수한 자연의 모습을 서서히 잃어가고 왜곡된 채 살아가고 있다. 그와 아내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휩싸여 있을 때는 오히려 자연의 모습을 온전히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