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곳에 살았던 이들로부터, 이곳에 살아 있는 이들로부터꿈처럼 스며오는 지극한 사랑의 기억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의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삶과 죽음, 그리고 이별의 무게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작별’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를 넘어서, 사람들 간의 관계, 삶의 의미, 죽음의 고통,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들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책은 어떤 면에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이별의 아픔을 통찰력 있게 풀어내며, 그 이별이 단지 육체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과 영혼의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변화임을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겪은 여러 가지 ‘작별’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이별이라는 개념이 단지 죽음과 물리적인 거리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서로가 주고받는 무형의 연결이 끊어지는 순간임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 작별이 남긴 빈자리가 얼마나 깊고,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사람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제목처럼 "작별"의 의미를 묵묵히 탐구하는 작품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깊은 외로움과 소통의 부재, 그리고 어떤 형태의 ‘사랑’이 그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한강은 그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서정적인 표현으로 독자에게 감정을 강하게 전달하며, 각 캐릭터가 살아가는 삶의 모양새 속에서 '이별'을 중심으로 다양한 감정을 풀어냅니다.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나는 제목에 대한 단순한 해석을 넘어, '작별'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주는 뉘앙스는 매우 모순적이면서도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별은 아픈 과정이고, 끝맺음의 의미를 내포하죠.
한 문학평론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작가가 소재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이라는 한국 현대사에 의해 선택된 듯한 느낌이다.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배경으로, 그 아픔에 대한 기억과 동시에 존재하는 그에 대한 망각, 그리고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의 연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낸 작품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그녀는 언제나 끊임없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갈구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대해 한강 작가는 ‘사랑’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이 책을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은 누군가를, 누군가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그래서 한강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을 ‘기억’이라는 방식으로 현재로 불러오는 데에 의미를 둔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히 한국 현대사의 한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을 기억하는 방식, 침묵과 증언의 간극, 그리고 인간이라는 존재가 어떤 상처와 슬픔을 어떻게 감당하는지를 깊이 있게 사유하게 만드는 일종의 ‘윤리적 문학’이다. 이 소설은 1948년 제주 4·3 사건이라는 국가 폭력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그 고통을 기록하려는 ‘살아남은 자들’의 책임을 묻는다. 동시에 그것은 기억하려는 몸부림이며, 사라지는 이들과 끝내 작별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선언이기도 하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강 작가의 소설로, 주인공인 경하가 친구인 인선과의 관계를 통해 과거의 상처와 그로 인한 고통을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경하가 꾸었던 꿈에서 시작됩니다. 꿈 속에서 그는 눈 내리는 벌판에 있는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가 마치 묘비처럼 보이는 장면을 보고,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그 무덤들이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를 옮겨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 일을 하지 못하고 꿈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경하는 이 꿈이 자신이 이전에 다룬 학살과 관련된 꿈일 거라고 생각하며, 그 꿈을 영상으로 작업하려는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그 계획은 진척되지 않고, 경하는 점점 그 꿈과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하는 친구인 인선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이 생소했고 내용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쉽게 잊고 살아가는 과거의 아픔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제주 4·3 사건이라는 우리나라의 비극적인 역사를 배경으로, 그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아픔과 기억을 이야기하며, 우리가 그 기억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경하와 인선 두 인물이 나오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학살에 대한 글을 쓰고 유서를 쓰기를 반복하던 경하는 어느 날 병원으로 와 달라는 인선의 문자를 받고 병원으로 향하게 됩니다.
독후감을 시작하기 전에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작가 한강에 대해 잘 알지 못했으며, 역사를 다룬 소설을 자발적으로 찾아 읽어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나를 흥미롭게 했다. 마치 한일월드컵 때 모두가 축구를 응원했던 열기나, 흑백요리사라는 신드롬처럼, 나는 이 기회를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보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처음 접한 책이 바로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책을 집어 들고 첫 장을 넘겼을 때 느껴졌던 감정은 묘한 어두움과 생소한 긴장감이었다. 문장이 고급스럽고 깊이 있었지만, 그만큼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장, 한 장을 넘기다 보니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서서히 마음에 스며들었고, 작가 한강이 전하는 메시지가 비로소 와 닿기 시작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루지만,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집단적 트라우마, 신체 정치학, 기억의 윤리를 탐구하는 다학제적 텍스트이다. 이 작품은 폭력의 현장을 개인의 내면으로 끌어내며, 피해자와 가해자, 생존자의 경계를 흐린다. 여기서는 다양한 해석적 렌즈를 통해 소설의 깊이를 재해석해보고자 한다.
1. 들어가며: 한강 작가와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학가로서, 그녀의 작품들은 항상 독자들에게 깊은 질문을 던져왔다. 『채식주의자』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이후, 『소년이 온다』에서는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그리고 『흰』에서는 생명과 죽음의 의미를 탐구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전보다 훨씬 내밀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작가 자신이 겪은 상실과 슬픔을 담담히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한강 작가가 아버지의 죽음과 주변 사람들과의 작별을 겪으면서 느낀 감정, 그리고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글로 풀어낸 에세이다.
경하가 학살에 대한 것을 쓰려고 한 점, 그리고 인선도 기록영화를 남기려고 한 점, 유사한 점이 있었다. 사실 인선이 느끼는 고통, 손가락이 절단된 것을 초월해서 자신의 고통보다 그런 유사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점이 다분히 종교적이라고 여겼다. 인선이 새를 기른 점은 새라는 상징성이 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을 했을 때 자유로워지고 싶고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을 노렸던 내면의 심리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생각을 했다.
사실 인선이 가장 고통을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사람은 모친이었다. 그걸 일찍 못 깨달은 것도 어찌 보면 내가 생각할 때 철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