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러시아 작가 체호프의 대표 단편집. 평범한 일상생활을 예리하게 관찰해 그 속에 숨겨진 인생 본연의 모습을 유머스러운 필치로 그려낸 11작품을 수록하였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사이의 전환기에 이르는 암흑시대의 러시아 작가, 체호프. 지식인들이 염세주의에 빠져들고 태만과 암흑 속에 허덕이는 사회...
러시아의 대문호로 알려진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이자 대표작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각자 가정이 있는 채로 생활하는 드미트리와 안나가 휴양지인 얄타에서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이야기가 천박한 불륜 묘사를 넘어선 사랑 이야기로 표현되는 이유는 처음엔 서로의 배우자에게 실망하고 무늬만 부부 생활을 유지하던 중에 휴양지에서 잠깐의 사랑을 찾으려는 의도였으나, 서로를 잊지 못하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는 점에서 명확해 진다. 그렇다고 배우자를 두고 몰래 바람을 피우는 행위를 옹호할 수는 없으나, 불행한 결혼 생활 중에 그제야 서로에게 맞는 짝을 찾아 아쉬워하는 연인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불장난 정도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드리트리는 얄타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만난다. 드미트리는 아내를 피해 자주 여행을 다녔고, 안나 역시 남편을 벗어나기 위해 얄타로 왔다.
안톤 체호프는 사실주의 단편 소설을 많이 쓰며,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생활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이야기했다. '어느 관리의 죽음' 역시 평범하고 흔히 볼 수 있는 하급 관리의 갑작스런 죽음을 얘기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무난한 것임을 어떤 면에서는 그 죽음에 어떠한 문제가 있었고 어떤 특별한 점이 있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객관적인 작가의 시선을 중시하는 체호프답게 소설 속 결말에 대해서도 그는 엄중하게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모든 것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다소 무책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작가가 의도하는 부분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 독자 나름대로 상상력을 더하는 즐거움을 느끼게도 한다. '어느 관리의 죽음' 에서는 몹시 소심하고 내성적인 한 사내가 사소한 사건으로 얼마나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그 상처는 어떻게 그를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었는지에 대해 얘기한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약제사 부인'은 현실적인 평범한 이야기에 익살을 더한 작품이다. 한 마을의 약제사를 남편으로 둔 부인은 괜스레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는다. 장교들의 목소리로 그들은 약국을 지나다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약사는 이상한 턱을 가진 못생긴 사내라고 비웃었지만 그의 아내만은 몹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칭송 한다. 그들은 오로지 아름다운 아내를 만나 볼 생각에 약국에 무언가를 사러 갈 이유도 없으면서 약국을 들른다. 벨이 울리자 약제사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간다. 그리고 그들의 시덥잖은 농담을 들어주고 필요도 없는 약들을 팔고 나중에는 탄산수와 포도주까지 팔게 된다. 그들은 아쉬운 듯 다시 돌아가지만, 곧 다시 한 장교가 약국의 벨을 누른다.
안톤 체호프의 '쉿!'은 체호프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유머러스한 지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짧은 형식의 단편소설인 '쉿!'은 삼류 작가 크라스누힌의 하루를 돌아보며, 평소 자신의 집필 습관을 고백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자신이 주위에서 바라본 작가들의 극도로 예민한 성격을 조롱하는 것 같기도 하다.
중요한 건 이 소설 속 주인공인 크라스누힌의 행동은 독자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기엔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주인공을 자신처럼 대문호로 그린 것이 아니라, 삼류작가로 설정한 것에서 그가 쓰는 글이 지극히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청탁에 의한 원고를 작성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예술적으로 떨어진다거나 문학이 아니라고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가 글을 쓸 때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는 얼마나 예민하고 까다로운 지 톨스토이가 저렇게 글을 썼다 하더라도 몹시 비난 받을 만큼 과장하며 행동한다.
안톤 체호프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로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한 단편소설을 많이 남겼다. 현실적인 고민이나 문제, 가끔은 잔혹하지만 현실이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불합리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단편소설 '아뉴타'는 근대의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시선을 정확히 꼬집어낸다. '아뉴타' 라는 이름의 여성은 이제 막 스무 살의 여성으로 의대생의 집에 함께 동거하며 지낸다. 그녀는 벌써 여러 명의 남자들과 함께 지냈고, 또 그들이 사회에 나가 일자리를 얻고 승승장구하게 되면 버려지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 그는 의대생의 뒷바라지를 위해 그가 공부를 할 때 추운 날에도 알몸이 되어 그가 뼈와 근육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희생했다. 또한, 그의 친구가 그림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하면 싫다고 반항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를 위해 몇 시간이고 모델이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