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SF를 물들일 가장 따뜻한 색, 파랑SF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예견하는 장르라면, 『천 개의 파랑』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끝없는 애도를 반복하는 ‘보경’, 『천 개의 파랑』은 이렇듯 상처 입고 약한 이들의 서사를,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따뜻한 파랑波浪처럼 아우른다.
로봇, AI, 4차산업혁명 등등 최근 들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자리를 로봇이 대체하고 인간은 점점 소외되어 가는 것이 문제점으로 대두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로봇을 통해 인간 관계가 회복되고 로봇으로 인해 인간의 마음이 치유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모습은 소설이기 때문에 인간의 실수로 인간과 비슷하게 인지와 학습능력이 있는 안드로이드가 나왔다는 설정이 가능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언젠가는 정말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로봇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왔을 때 이 책에 나오는 콜리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로봇이지만 파트너인 경마 투데이를 지키기 위해서 일부러 말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도 내리기 힘든 결정일 것이다. 아니면 오히려 로봇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소설 ‘천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의 탁월한 문학적인 재능과 감성적인 표현력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이 책은 파랑색을 중심으로 한 인간의 감정과 성장을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사랑과 소외, 용기와 변화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소설이다.
‘천개의 파랑’은 주인공인 세은이라는 소녀의 성장 이야기가 주요 내용이다. 세은은 어린 시절부터 파란색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파란색이 그리움과 행복, 그리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파란색을 향한 감정이 그녀의 인생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세은은 어느 날 갑작스런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되면서 그녀의 세상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름을 붙이는 일에서 만큼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중한 것에 이름을 붙인다. 그건 동물일 수도 식물일 수도 하다못해 가전제품 또는 자동차일 수도 있다. 끝도 없이 많은 것들에 이름을 붙일 때마다 우리는 그 무언가와 함께 묶이게 된다. 보이진 않지만 질기고 튼튼한 끈으로. 그러다 그 끈이 끊어지는 어느 날에는 슬픔에 잠식당하고 말 테다. 그러니까 연재는 애초에 콜리라는 이름을 붙여줘서는 안되는 거였다. 그건 앞으로 콜리에게 애정을 쏟겠다는 다짐이며 100개의 기수 로봇이 물에 빠진다면 가장 먼저 콜리의 손을 잡아 줄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이니까.
콜리는 로봇이다. 제작 과정에서 인간의 실수로 1000개의 단어를 가지고 학습할 수 있게 된 기수 로봇. 콜리는 내가 이제껏 상상하고 실제로 경험했던여느 로봇과도 달랐다.
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의 2019년 작품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소설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2035년의 미래 사회 C-27로 불리는 휴머노이드가 한국에서 만들어졌다. 제작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소프트웨어 칩이 잘못 삽입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원래의 용도인 학습 휴머노이드가 아닌 경마장에 기수 휴머노이드가 된 과정이 나온다.
투데이는 며칠 뒤 안락사가 확정된 경주마이고 그 위에 올라탄 기수 C-27로 불리던 휴머노이드 콜리가 경기중 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고 장면이 나오고 소설은 콜리가 경마장으로 오게 된 6개월 전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콜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천 개의 단어로 화물칸 새벽 햇살을 보며 처음으로 말했던 단어는 “찬란하다.”였다. 콜리에게 배정된 말은 흑마로 투데이라고 불렀다.
인간의 실수로 인지능력을 가지게 된 기수 로봇 휴머노이드 콜리. 인간의 욕심으로 경주마 인생을 살다 안락사 위기에 처한 기수마 투데이. 소방관 남편을 잃고 그리움을 애써 외면하며 딸 둘을 억척스럽게 키워내는 보경.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은혜와 로봇을 사랑하는 천재소녀 연재는 경주마 투데이를 지켜내고 폐기 직전의 로봇 콜리를 복원하기 위해 모험을 한다.
이 소설의 장르는 SF이다. 하지만 진보한 미래의 기술을 상상하며 풀어낸 이야기라고만 설명하긴 좀 부족하다. 앞서나간 세상의 기준에서 조금 뒤처져 있고 미쳐 같이 나아가지 못한 사람과 동물, 시선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 편이 더 가까운 설명 같다.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은 언제나 선의에 가득한 주인공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그들로 인하여 내가 반짝이고 다정해지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러한 책들이 대중들에게 널리 더 읽혀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콜리는 이런 종류의 소설들을 읽고 상상력을 발전시킨 공학자의 손에서 탄생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 책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다소 쉽게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고 보여주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집단들이 우리 사회에는 존재한다. 약자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불편해 한다. 자신이 사회적 약자에 포함된다는 진실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사회적 약자로 규정된 것들이 인간에 한해서 규정되지 않는다. 지구에 살아가는 수없이 많은 존재들, 생명들인 동식물까지도 약자로 상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받았다. 사실 약자의 기준이 된다는 것은 많은 일이 수반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