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안중근이 순국하지 않았다면 우리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을까?”하는 질문을 가끔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아마 『동양평화론』을 처음 접하고, ‘안중근’이란 걸출한 위인에게 감화되어서 그러는 것 같다. 이제 『동양평화론』을 세 번이나 접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 있는데, 안중근이 자신의 이상을 이 미완의 서적에 전부 담으려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 서적은 미완이지만, 안중근의 성격과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동양평화론』은 서문(序文)과 전감(前鑑) 일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에는 서양 열강들을 비판하고 동북아 삼국의 단합을 역설하고 있으며, 동양평화를 위협하는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당위성이 서술되어 있다. 전감에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등 지난 역사를 기록하고 이를 논평하는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마무리가 어색하게 끊겨 있다. 마무리할 수 있게 충분한 기한을 주겠다던 일본이 약속을 어기고 사형을 집행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