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실과 동떨어진 소크라테스와 지나치게 현실적인 격정에 사로잡혀 있는 소(少)키루스에 대한 크세노폰의 경험을 바탕으로 소크라테스적 문제의식에 대한 플라톤적 철인왕의 해결책이 아닌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키루스, 그 키루스를 새롭게 창조한 저작이 바로 『키루스의 교육』이다.
자기 편에게만 존경을 받는 영웅은 많다. 하지만 자기 편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편에게서, 그리고 제 3자에게서까지 존경받는 영웅은 드물다. 그런 면에서 키루스 왕은 특별한 영웅이다. 페르시아와 그리스 간의 전쟁의 근원이 된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한 왕이면서 그리스인들의 존경을 받았고,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있던 유대인들에게도 존경을 받았으며, 자신이 정복한 제국의 사람들에게도 존경을 받았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이 다양한 국가의 역사서를 통해 전해오고 있기에 그의 존재감은 분명 뭇 영웅들과 다르다.
키루스의 교육을 쓴 사람은 크세노폰이다. 크세노폰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면서 플라톤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사실 일반적인 서양 철학의 계보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진다. 특히 화이트헤드는 서양 철학은 플라톤 철학의 각주에 불과하다고 했을 정도로 서양 철학사에서 플라톤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그래서 크세노폰이라는 인물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노라면 플라톤과 더불어 서양 사상의 한 축을 이룰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었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견에서는 플라톤뿐만 아니라 크세노폰이 있었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이 꽃 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 만큼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크세노폰이라는 인물도 대단한 사람임에 분명하다.
소크라테스의 직접적인 저술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에 관련한 후대의 자료들을 보면 소크라테스는 전쟁에 참전한 경험 이후에 진정으로 현실과 이상을 아우르는 철학 사상을 발전시켰다고 나온다. 그리고 그의 이상적인 측면이 플라톤으로 계승되고, 현실적인 측면이 크세노폰으로 계승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그래서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이라는 이 책은 키루스라는 사람에 대한 순수한 전기가 아니라 크세노폰 자신의 경험과 철학, 소크라테스의 철학, 그리고 실제 키루스의 이야기가 조합되어 하나의 창작 소설처럼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