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84년 네뷸러상, 1985년 휴고상 동시에 수상작인 [블러드차일드]를 비롯, 1984년 휴고상 수상작 [말과 소리], 1988년 사이언스픽션크로니클 선정 최고의 소설 [저녁과 아침과 밤] 등 대표작을 모두 수록했다. 자전적 작가론이 담긴 에세이 두 편 또한 최초로 소개된다. 여기에 각 단편과...
*. 들어가며
<블러드 차일드>의 저자 옥타비아 버틀러는 페미니스트 SF 소설가로 인정받은 최초의 흑인 여성이다.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취급되던 SF 장르에서 흑인 여성인 그녀가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히 큰 노력과 고통이 따랐을 거라 예상된다. 실제로 그녀에게 흑인은 작가가 될 수 없다며 만류의 목소리를 보내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녀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 2010년 SF 및 판타지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녀가 쓴 SF소설이 다른 것들과 차별화되는 이유는 기존 SF소설은 지적 유희의 측면에서 향유해왔지만, 버틀러는 서로 다른 존재의 공감과 소통으로 접근하다. 부조리에 대해 폭력적으로 대항하기보다는 보다 평화롭고 공존의 형태로 해결하고자 한다.
본고에서는 <블러드 차일드>에 나타난 지배층/피지배층, 남성/여성, 외계인/인간의 상반된 존재들이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고 애정을 공유하며, 공생을 추구하는 양상을 탐구하여 버틀러가 제시한 페미니즘 SF를 살펴보고자 한다.
*. <블러드 차일드>의 줄거리
이 소설은 착취와 폭력이 도사린 노예 제도의 지구에서 벗어나 다른 행성에서 외계인들과 공존하는 인간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그곳에서 테란이라 불리며 틀릭이라는 외계인의 종족 번식에 기여한다. 이야기가 종국에 다다르며 그 방식이 드러나는데 바로 인간의 몸을 틀릭 유충의 숙주로 제공하는 것이었다. 틀릭들은 테란의 몸에 알을 임신시키고 테란은 인간 인큐베이터로 알을 자신의 몸에 품는 대가로 틀릭에게 보호를 받는다. 소설의 주인공인 인간 소년 ‘간’은 우연히 다른 테란의 출산 과정을 돕게 되고, 임신과 출산 과정에 대해 무지했기에 그 장면이 역겹고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에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는 틀릭 ‘트가토이’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혼란을 겪게 되고 갈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