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걸쭉한 입담과 해학, 풍부한 전통어, 토속어, 생활어로 우리의 전통적 삶과 미학적 가치를 글로 풀어내온 작가의 대표 연작소설로, 「일락서산」을 비롯한 8편의 중·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6·25 전쟁의 참상을 중심으로 농촌의 급작스런 변모와 전통적 질서가 와해되는 과정을 내밀하게 그려낸 이 작품의...
- 부정적 현실을 드러내는 돋보기 -
관촌 수필은 1972년에 발표된 《일락서산(日落西山)》부터 1977년 발표된 《월곡후야(月谷後夜)》까지 모두 8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로 1977년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제1~5편은 관촌 마을의 생활사에 대한 작가의 추억담, 제6편은 고향을 떠난 후 다시 만난 고향친구의 이야기, 제7,8편은 귀향의 경험담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촌 수필은 작가가 어린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성장했던 고향에서의 삶을 담담한 회상의 형식으로 이야기한 자전적 성격의 소설로 제목에서 수필이라는 단어가 있듯이 회고의 형식을 취하면서 에피소드들을 나열하는 소설적 구조를 취하고 있다. 전지적 작가시점에도 불구하고 1인칭 독백체를 통해 자신의 삶을 직접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한다. 또한 역순행적 구성 방식을 통해 옛 고향의 위상과 이미 퇴락해 버린 마을의 모습을 대비시켜 고향상실의 아픔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 작품은 산업화에 따른 농촌 공동체의 파괴를 주로 다루며, 근대화 과정에서 설 자리를 잃어 가는 전통적 가치관과 고향의 의미를 일깨우고 있다.
성묘를 위해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는데도 어렵게 찾은 고향에서 옛 모습을 제대로 간직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고, 그중 가장 먼저 가슴에 박힌 것은 큰 소나무가 사라진 것. 큰 소나무가 서 있는 거리에는 외양간만 한 슬레이트 지붕의 작은 가게 굴뚝이 눈에 띄지 않았다. 또한, 내가 살았던 오래된 집의 초라한 개념은 내가 실향민이라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더 가슴 아프게 만든다.
할아버지 무덤부터 벌초를 시작했는데, 할아버지 무덤을 찾자마자 지팡이에 의지해 허리를 굽힌 할아버지가 빈 무덤(집무덤)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는 80세에 육박해 왕조 유민 중에 은거하던 노인이었는데, 거의 생전에 은퇴한 그는 복고주의적 향수를 버리지 않고 한자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이런 향수를 이기지 못하는 자위책이었다.
잠자기 전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기분으로 재밌게 읽었던 관촌수필. 실제로 나는 한달여에 걸쳐 이불속에 누워 관촌수필을 읽다 잠이 들곤 했다. 아주 달콤한 수면제 같았다. 재미없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왠지 할머니 이야기를 듣다 스르르 잠이 들듯이 관촌수필은 그렇게 읽어줘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중 략>
대복이도 군대에 끌려가고, 순심이도 재판에 회부 되겠지만 어두운 골방이 아닌 밝은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아이로 인해 우리는 암울한 역사를 넘어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관촌수필>은 1972년 [일락서산]부터 1977년 [월곡후야]까지 총 8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각 이야기를 요약하면 [일락서산]은 ‘나’가 오랫동안 타향에서 살다가 20여년 만에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차 고향을 찾았다가, 본인이 기억하던 옛날 고향의 풍경의 자취가 사라지고 근대화로 인해 생소한 곳으로 변해버린 고향을 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화무십일]은 6.25 전쟁으로 고난을 겪은 윤영감네를 회상하고 있다. [행운유수]는 어려서 함께 자랐던 옹점이의 비극적인 인생을 묘사하고 있으며, 그녀의 변치 않는 주체성과 자존심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만화의 상황을 현대 사회에 비추어 본다면 순수함을 잃고 눈앞의 현실을 쫓기에만 급급한 현대인들을 말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옛것을 잃어버리고 있다. 옛것을 간직하면서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진보가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숨이 탁 막혔다. 알아듣지도 못할 심한 사투리와 이해하기에 어려운 낱말들까지 책의 수준이 장난 아니었다.
관촌수필은 일전에 모의고사에서 지문으로 일부를 마주한 적이 있었다. 관촌 수필은 학교에서 독서 퀴즈 대회 대상 작품으로 선정되어서 읽게 되었었다. 관촌 수필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인데, 주인공이 어른이 된 뒤 어릴 때 살던 고향 마을로 돌아가서 어린 시정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배웠던 중국인 거리도 그런거였더랬다. 사실 진짜 모르고 그냥 지나칠 법도 한데 이상하게 애 치고는 말하는게 너무 성숙한거다. 그래서 알고보니 그 소설 또한 어른이 된 뒤에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의 소설이었다. 그래서 하여튼 이 책은 참 재미있게 읽었다. 관촌 수필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너무 가슴 아파서 읽으면서 운 장면도 있었다. 옹점이가 시집에서 남편이 죽고 소박맞아 장판에서 노래꾼이 되었을 때는 옹점이의 인생이 너무 걱정되고 슬펐다 . 소반 장수 윤영감네 집이 전쟁통에 맞은 며느리 때문에 박살 났던 장면에서는 화가 났다..
산업화 시대의 노스탤지어-이문구 ‘관촌수필’을 읽고
전통은 그리움에 기대어 명맥을 유지한다. 시대가 지나도 옛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희미하게 옛 영예를 유지하는 것들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고, 동시에 아쉬움을 불러 일으킨다. 산업화 시대, 새로운 것들이 밀려 들어오면서 옛 것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농촌까지 근대화의 물결이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시대 교체에는 갈등이 뒤따른다. 관촌 수필은 근대로 향하는 시기에 농촌이 겪은 과도기적 몸살의 기록이다.
전근대가 저물어 가는 시기
제1편에 등장하는 ‘나’의 할아버지는 근대의 대척점에 서있다. 전형적인 조선인으로써 유교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할아버지와 과격한 좌익사상을 가진 아버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의 그늘 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나’는 산업화 시기 지식인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1.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관촌수필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중 내게 가장 애정을 느끼게 한 사람은 내 나이 즈음 되어 보이는 옹점이,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석공도 아닌 어머니 이다.
소설 속에는 쑥밭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오갈 데 없는 윤영감네 식구를 받아줄 만큼 정이 있는 ‘나’의 어머니, 가난한 형편에 산을 타며 팔만한 것들을 거둬들여 악착같이 집안 살림을 꾸려나간 복산의 어머니인 만만이, 수다스럽고 간사스러움, 걀근걀근 남 비위 잘 맞추고 아첨 잘하는 여자라 소개된 ‘대복 어메‘등의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 중 가장 애정을 느낀 인물은 대복 어메 이다. 처음 작가를 통해 대복 어메를 만났을 때, 대복 어메는 애정보다는 부정적인 인물로 비춰진 사람이었다.
충청도는 충청도 특유의 사투리와 화법이 있다. 경상도나 전라도처럼 강하지는 않지만 충청도 사투리는 재미가 있다. 아주 짧은 말 속에 재미있는 표현이 많이 있다. 예전에 어른들이 하는 농담 중에서, 배추값이 얼마냐고 서울사람이 물어보니, 충청도 장사꾼이 알아서 가져가라고 하자 서울 사람이 5,000원을 준다고 했다. 그러자 충청도 장사꾼이 얼마를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화를 내는 것도 아니고, “냅둬유 갖다가 소나 줘버리지유 뭐” 이랬다는 말을 듣고 한참동안 웃은 적이 있다.
‘관촌 수필’은 바로 이런 충청도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 소설의 제목처럼 ‘수필’의 형식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를 짧게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