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고전평론가 고미숙의 《동의보감》다시 보기!고전을 현대의 삶과 연결시켜 재해석해 주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넘나들며 새롭게 읽어 낸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 저자는 의학서에 머물러 온 허준의 《동의보감》을 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해 내면서 현대인의...
고미숙 선생님은 40대 초반 몸에 종양이 생겼다. 악성은 아니었지만 그냥 두기에는 매우 불편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술을 하기도 이후에 입원실에 오래 누워있는 것도 너무 싫어 자신과 타협하기를 한약을 먹고 등산과 걷기와 자전거와 요가를 하고 먹을 것을 신경 썼다고 한다. 그 종양은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다시 검진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 이후로 죽지 않았고 그것을 계기로 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동의보감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 몸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한 현대인에 대해서 깨닫게 되어 이 책을 썼다.
p. 38 동의보감은 무엇보다 그 편찬자인 허준의 생을 구해주었다. 이것이 바로 자기 구원으로서의 공부다. 흔히 생각하듯, 온간 고난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가 있었기에 고난으로부터 구원을 받은 것이다.
p.97 사람들은 보통 두려움의 대상이 외부에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정작 그 두려움의 원천은 어디까지나 자신이다. 약간만 마음에 틈이 생기면 순식간에 이기심과 사악함이 침투하여 온갖 망상을 짓고 그 망상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을 물어 뜯어 버리기 때문이다. 고려 경계하고 경계해야 마땅하다..... 현대인은 외부와의 접속을 잃어버린 대신, 내면 혹은 자의식의 방을 만들어 버렸다. 그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자기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느라 이웃도, 친구도, 세상도 망각해 버렸다. 그러면서 외롭다고 상처받았다고 한탄해 대고 그러면서 자신을 학대하고 타자를 증오한다. 현대인의 모든 질병의 원천은 여기에 있다. 어떻게 이 자기만의 방에서 탈출할 것인가?
연암 박지원은 17-8세에 우울증과 비슷한 병을 앓았다. 이후에 그는 주류적 질서에서 벗어나 저잣거리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평생 과거를 보지 않았다. 그에게 우울증은 큰 변곡점이었다. 니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며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누구보다 강렬한 우정의 철학을 설파했지만, 정작 자신의 정신병원에서 고독하게 죽어가야 했던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