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아이에게 엄마가 없다면 어떤 일을 겪는지, 세상에 모든 엄마가 없는 아이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엄마가 존재하지 않거나, 있어도 만날 수 없거나, 함께 해도 엄마가 실질적인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엄마가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완벽한 엄마는 없다.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1. 자식을 버리고 떠나는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내 친엄마는 59년 생이라고 들었다. 30살 즈음 되어서 문득 친엄마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내가 어떤 경로로 그 이름을 알게 되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가족 증명서를 떼어보지 않았을까 한다. 거기에는 “전**”이라는 귀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조금은 직설적 이름이라고 생각했고 그녀의 부모는 참 돈을 좋아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부모는 내 외조부모가 되겠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
내 첫 기억은 할머니 등에 업혀서 장날 짐 꾸러미가 가득한 버스를 탄 기억이다. 할머니 등 뒤에서 나는 버스 안을 둘러보았고 나를 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딱하다” 하는 동정의 눈빛으로 기억된다. 그것이 나 자신과 내 인생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아닌가 한다. “딱한 아이” 나는 항상 때에 절어 있었고, 가난한 시골 살림의 큰집에서 원하지도 않게 더부살이 중이었다. 친모는 내가 돌이 되기도 전에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없이 나와 오빠를 집에 두고, 집에 있는 돈과 귀한 것을 싸서 도망가듯이 사라졌다고 들었다. 이 모든 것은 아빠 편에선 가부장적 제도에 순응하고 기준도 없이 선도 없이 아들 편을 들어서 아들을 망친 그러나 선한 할머니의 판단이다. 나중에 커서 서류를 떼어 진상을 확인했을 때 나의 부모는 합의 이혼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친엄마의 그 당시 나이는 22살, 아빠의 나이는 아마도 26~7살 정도였을 것이다. 오빠와 나를 남기고, 인물이 훤칠하게 좋았다는 친엄마는 그렇게 내 인생에서 나갔다. 돌도 되기 전의 나는 그렇게 유기되고 방치되었고, 삶의 고통은 그 때부터, 아니 기억은 없지만 나를 낳을지 말지 고민하는 엄마의 감정은 전전긍긍하는 나의 기본 감정을 형성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나와 오빠는 남겨지고, 아빠는 가부장적인 사람에 스스로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의존적인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