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떤 날은 저자의 단편 소설로, 무면허 치과의사를 찾아온 시장의 썩은 사랑니를 빼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사랑니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무고한 20명의 사람을 죽인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썩은 권력을 단편을 통해 조롱하고 있다.
원서 원문과 한글 번역, 영한 대역을 실어,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마르케스의 단편소설 『어떤날』은 치과 의사와 군인인 읍장 사이에 벌어지는 일화를 통해 탐욕스럽고 부패한 권력자들의 무지를 경쾌하게 조롱하고 있다. 탐욕스럽고 무지한 권력자들과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과 저항의식을 담고 있는 사회 비판적, 사실주의 작품이다.
에스꼬바르씨는 비록 무면허 치과 의사이지만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으로, 매우 부지런하고 강직하며 권력과 타협하지 않는 성품의 소유자이다. 어느날 읍장이 어금니의 통증을 호소하며 찾아오는데, 읍장은 군인이며, 20여명의 사람들을 무고하게 죽인 권력자의 상징으로 나온다. 그는 많은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는 일에 이력이 난 인물로 자신의 아픈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닷새 동안이나 방치해 온 어리석은 자이다.
월요일 아침은 따뜻하고 맑았다. 아우렐리오 에스코바는 무면허 치과 의사인데, 매우 일찍 일어나서 새벽 6시면 사무실 문을 열었다. 그는 틀니를 몇 개 가져와서 석고틀에 고정시키고, 유리케이스에서 꺼내 마치 전시하는 것 같이 크기 별로 한 움큼의 기구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았다. 그는 깃이 없는 줄무늬 셔츠를 입고, 금색 단추를 목까지 여미고 바지는 가터벨트까지 올렸다. 그는 상체가 바르고 마른 편이었고, 상황에 거의 맞지 않는 귀머거리가 보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가 물건들을 테이블에 나열했을 때, 치과용 의자 쪽으로 드릴을 빼서 틀니를 손질하려고 앉았 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으나 그는 그럴 필요가 없을 때도 발을 드릴과 함께 흔들면서 꾸준히 일했다.
8시가 넘어 창문을 통해 하늘을 잠시 보려고 멈추었고, 옆집의 대들보에서 햇빛을 받으면서 털을 말리는 생각에 잠긴 대머리 독수리를 보았다. 그는 점심 전에 비가 또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 면서 다시 일을 했다. 11살된 아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의 집중을 흩뜨렸다.
"아빠"
"왜?"
"시장님이 아빠가 이를 뽑는지 알고 싶어 해요."
"나 여기 없다고 해라"
그는 금 이빨을 다듬고 있었다. 그는 팔을 뻗어서 이빨을 잡고, 반 감은 눈으로 유심히 보았다. 그의 아들은 작은 대기실에서 한 번 더 소리쳤다.
"아빠가 여기 있는 거 안대요, 목소리가 들린대요"
치과의사는 금 이빨을 계속 점검하고 있었다. 일을 마치고 테이블에 내려놓으면서 한 마디 했을 뿐이다.
"훨씬 낫군."
그는 드릴을 다시 작동시켰다. 좀 더 다듬어야 할 것들을 보관한 판지 상자에서 브리지 몇 개를 꺼내서 금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아빠"
"왜?"
그는 여전히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시장님이 이를 안 뽑아주면 총으로 쏴 버리겠대요"
서두르는 기색 없이, 엄청 평온한 움직임으로, 그는 드릴의 페달에서 발을 뗐다. 의자에서 드릴을 밀어내고, 테이블의 밑에 서랍을 끝까지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