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로의 삶에 스며든 타인들!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수상 작가 조해진의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 꾸준히 역사적 폭력에 상처를 입은 개인에 주목하는 작품을 선보여 온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 역시 특유의 감수성으로 해외입양 문제와 기지촌 여성의 존재를 틔워 올린다. 서로가 서로에게 점등의 순간...
1. 들어가며
조해진의 작품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적 인물에서부터, 여전히 세계 어딘가에서 벌어지는 분쟁과 전쟁의 희생자들,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약자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주제를 견지해 왔다. 오늘날 한국의 빈곤층 아이와 팔레스타인 분쟁-나치즘을 연결하거나(<빛의 호위>), 여행을 떠난 뉴욕에서, 걸어서 목숨을 걸고 국경을 건너 온 남미 출신의 외국인 청소노동자와의 조우를 그린다(<번역의 시작>). 서독 유학생 간첩단 사건인 동백림 사건을 모티브로 한 <동쪽 白의 숲>이나 재일조선인 간첩조작사건을 새롭게 재구성한다. 그러나 작가가 난민과 외국인, 국가폭력의 희생자, 소외계층들을 재구성하는 방식은 독특하다. 그들은 우리 외부의 멀고 동떨어진 존재, 혹은 시혜의 대상이나 극복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불평등과 소외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그들은 어느 때보다 우리 곁에서 쉽게 조우하며, 서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조해진은 사회가 비가시화한 존재들인 난민과 이방인, 환자,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 등 사회적 약자들을 우리 곁의 존재들로서, 이웃으로서 드러낸다. 그리고 좀체 들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목소리와 서사에 귀 기울인다.
2. 우리 안의 이방인들
조해진의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2019)은 작가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존재들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인 문주의 삶을 중심으로, 우리 현대사의 아픔인 해외입양인과 미군 기지촌 매춘의 문제를 그린다. 문주는 3살 무렵 청량리 역의 철도에서 발견된다. 역의 기관사가 그녀를 구조한 후 보육원에 맡기게 되고 그녀는 곧 프랑스로 입양된다. 프랑스에서 ‘나나’가 된 그녀는 극작가이자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문주의 이름과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영화감독 서영의 초청으로, 문주는 한국에 방문하게 된다.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한 내한이지만, 이 여정은 문주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