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폭력에 대한 6가지 삐딱한 성찰『폭력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슬로베니아 출신 ‘괴물’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이론적 사유뿐만 아니라 폭력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두루 아우르면서 우리에게 폭력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시도한다. 이 책의 구성은 폭력이라는 주제를 우회하는 6가지의 이야기로 이...
언어는 특정한 상징적 영역을 만들어내고 부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에는 기본적으로 굴욕과 좌절의 급류가 응축되어있다. 이것이 만평이나 어떠한 형태로 분출이 된다면 특히나 요즈음 ‘정보화된 지구촌’에서는 덴마크의 한 작은 일간지에 실린 무함마드에 대한 만평이 아랍 국가들에서 큰 반발을 일으킨 것처럼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사람들끼리 서로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적절한 간격을 유지해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언어는 폭력의 반대말처럼 쓰인다. 언어를 통해 대화를 한다는 것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해결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어가 만약 폭력에 물들게 된다면, 이것은 상징적이고 일반적인 의사소통의 고유한 논리가 왜곡되는, 우발적이고 ‘병리적인’ 상황 하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이다. 또한, 언어는 일단 그것이 가리키는 사물을 단순화하고, 하나의 단일한 속성으로 환원한다. 이러한 언어의 특징은 그 사물을 의미의 영역으로 밀어 넣고, 그 사물 자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다른 상징들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은 워낙 유명한 지식인이지만 그의 책을 제대로 읽은 건 현대 프랑스 철학 수업을 통해서였다.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는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눈으로 직접 보지 못하는 비가시적 폭력의 다양한 형태를 설명하고 있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폭력은 나쁜 것인가. 폭력에 대한 우리의 상식은 과연 정당한가. 슬라보예 지젝은 폭력에 대한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책의 부제는 ‘폭력에 대한 6가지 삐딱한 성찰’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폭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폭력의 민낯과는 상당히 다르다. 폭력이라고 하면 우리는 즉각, 범죄와 테러 행위, 사회 폭동, 국제분쟁 같은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직접적이며 가시적인 주관적 폭력, 즉 명확히 식별 가능한 행위자가 저지르는 폭력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한다고 지젝은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