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의 치명적 동반자들은 언제나 우리를 그렇게 보아왔다.”
첨단 의학과 생물학을 씨실 삼아
역사와 문화인류학적 보고를 날실 삼아 엮어낸
미생물과 인류의 빅 히스토리!〈옥스퍼드 랜드마크 사이언스〉 시리즈 NEW UPDATED 에디션. 바이러스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여러 소설들에서 소재로 사용하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전염병으로 인해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정도는 아니지만 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관심이 없었던 병원균이나 미생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들이 어떻게 전파되는지도 간단하게나마 되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라지거나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약화될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바이러스가 등장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크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도대체 어떻게 그들은 등장하였고,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1장 태초에 미생물이 있었나니
약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였다. 수많은 시간과 과정을 통해 분자에서부터 다양한 미생물이 탄생하였고, 이들이 점차 분화하고 진화하여 인간의 모습까지 이루어지게 되었을 것이다. 현재 지구에서 미생물은 가장 많이 존재하는 생명체이다. 땅속, 물속, 공기 중에서든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중 기발한 재간을 가진 미생물들이 다른 생명체의 신체 표면이나 몸속에 살기 좋은 곳을 발견했다. 장내 미생물처럼 공생관계로 남았으면 모두가 행복했겠지만, 그들 중 우리들을 아프게 하는 것들을 우리는 ‘병원균’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했다. 이 미생물들도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독성이 너무 강하면 숙주인 인간을 죽여버려 전파를 할 수 없게 되고, 너무 약하면 숙주의 면역계에 의해 소멸되기 때문이다. 오랜 진화의 과정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최대로 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전파 방법도 다양하게 진화하였다. 공기를 통해, 음식물을 통해, 직접 접촉 또는 매개체를 통해 전파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전파가 성공하면 유행병이 시작된다.
오늘날 미생물은 거의 모든 전파 경로를 통해 숙주 사이를 옮겨 다니지만 수렵채집 시대의 미생물은 그러지 못했다고 한다. 구석기 시대에는 오늘날 급성 어린이 감염병을 일으키는 공기 매개성 미생물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런 것을 보면 바이러스나 세균도 인간처럼 많은 진화를 거친 것 같다.
15세기 유럽의 탐험가들이 급성 어린이 감염병을 옮긴 탓에 고립된 채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남미 토착민들이 괴멸적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과거 접촉을 통해 저항성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죽었다고 한다. 이 당시에는 백신같은 것이 없었겠지만 병원균에 감염된 적이 있어야 저항성이 길러진다는 의미 같았다. 말라리아는 날아다니는 매개체를 통해 전파되는 미생물로 인해 퍼진다고 한다. 매년 2억 1,200만명을 감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