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원수를 치료하는 운명의 여인 <금발의 이졸데>. 그녀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었지만 트리스탄의 용모와 지략에 끌려 복수의 기회를 잃는 대신 잘못 나누어 마신 미약으로 인해 숙명적으로 사랑하는 여인이 된다. 그 사랑은 지고지순한 아름다운 사랑으로 끝맺게 된다. 반면<흰...
초등학생 시절, 그런 경험이 있다. 체육시간, 한 여학생이 마시다 만 음료수를 그저 목이 말라 얻어 마셨을 뿐인데 주위에서 놀려대던 기억이. 실수로 손이라도 닿는 날에는 교실 안 커플이 탄생되는 해프닝까지 만들어지고는 했다.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마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우연한 만남과 같이 새학기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이기도 했다.
이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는 고대 유럽의 켈트족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던, 오늘 날 연애이야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중세 기사도 문학의 특징을 띄고 있어 봉건제 사회 속에서 왕과 가신들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며, 고귀한 자태를 뽐내면서도 정략혼이 당연시 되던 불합리한 연애관을 담고 있다. 작품 속에서 트리스탄이 금발의 이졸데를 사랑했음에도 자신의 삼촌인 코르누아유의 왕 마크에게 보내야 했던 점이 이러한 중세 문학의 단면을 나타내지 않았나 싶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들이 떠오를까? 두려움, 끝, 어두움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로 연상된다. 보통 죽음이라는 것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거나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단어의 경우에는 어떠할까? 연인, 행복, 기쁨 등의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가 주로 연상된다. 나 또한 그러했다. 나에게 사랑과 죽음은 반대되는 이미지였고 삶의 세계에서의 사랑만 생각해 보았기 때문에 처음에 사랑과 죽음이라는 두 단어를 보았을 때 나는 사랑과 죽음 간의 관계를 쉽게 정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트리스탄과 이졸데 책을 읽으면서 사랑과 죽음의 관계에 대해 고찰해보게 되었고, 책을 덮을 때쯤에는 죽음이 더 이상 끝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 내가 즐겨 읽었던 해피엔딩의 책들과는 달리 트리스탄과 이졸데 이야기의 결말은 두 사람의 죽음으로 끝난다. 하지만 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죽음이 진정한 그들의 해피엔딩이라고 느껴졌다. 만약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과연 그들은 행복했을까?
중세시대 영국에 콘월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콘월의 국왕이 마르케 시절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한다. 국왕 마르케에게 어린시절 맡겨진 왕의 조카 트리스탄 트리스탄의 왕의 부탁이자 명령으로 그의 예비 신부를 데리러 아일랜드로 떠나게 된다. 아일랜드에 도착한 트리스탄은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그 여인은 큰 아버지의 아내가 될 이졸데 였다. 콘월로 돌아가는 배 안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하루를 못 보면 병이 들고, 사흘을 못 보면 죽는다.’라는 사랑의 음료를 마시게 된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분쟁이 배경이 되는 이야기이다. 영국은 아일랜드의 습격을 받고 풍비박산이 난다. 이때 어린 트리스탄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고 만다. 죽음의 위기에 빠진 어린 트리스탄을 구한 것은 큰 아버지인 마크 군주다. 손목 하나를 잃어버리면서 얻은 어린 트리스탄을 돌보게 된다. 그리하여 강한 전사로 트리스탄은 성장한다.
트리스탄은 마을을 습격하여 여자들을 끌고 가는 아일랜드 병사들을 물리친다. 하지만 독이 묻어있는 칼에 상처를 입으면서 트리스탄은 쓰러지고 만다. 죽음을 맞이한 그를 작은 배에 태워 바다로 떠나보낸다. 화살을 날려 작은 배에 불을 붙인다.
트리스탄을 태운 작은 배는 아일랜드 해안에 당도한다. 그를 치료하여 목숨을 구해준 이가 있었으니 아일랜드의 공주, 이졸데였던 것이다. 그녀는 신분을 감춘 채 트리스탄을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