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과작(寡作)으로 소문난 김보영 작가가 10년간 쓴 중단편 모음집『얼마나 닮았는가』. 〈0과 1 사이〉, 〈고요한 시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람〉, 〈로그스 갤러리, 종로〉, 〈얼마나 닮았는가〉와 같은 기존작뿐 아니라 주로 서점 산책을 통해 책을 만나는 독자라면 쉽게 발견하지 못했을 〈엄마는 초능력이...
김보영의 SF 얼마나 닮았는가는 우주선 속 작은 사회를 AI의 눈으로 그려내어 차별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허윤 조교수는 김보영을 유전자 개량, AI, 사이보그 등 SF 장르의 공식을 충실하게 활용하며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SF 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작가라고 설명한다.
또한 우미영은 김보영을 SF를 보편 소설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작가 중 한 명으로 지목하며, 낯섦과 인식이라는 SF의 시학에 충실한 작가로서 인간성에 대한 인식을 갱신한다고 지적한다. SF는 Science Fiction의 줄임말로, Daum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과학적인 지식을 토대로 하여 시간과 공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을 가상하여 만든 이야기이다. 강은교는 SF가 그리는 세계는 그 배경이 단 한 번도 도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위상을 가지며, 미래를 향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SF의 미래성은 차별이 온존하던 과거를 의식하면서 차별이 사라진 더 나은 미래를 열망하는 페미니즘의 동시대적 시간성과 교차하며 페미니즘 대안 세계를 생성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SF의 장르적 특성이 젠더 권력 관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페미니즘의 주요한 자원으로 인식됨에 따라 「얼마나 닮았는가」 같은 한국 페미니즘 SF가 발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영미권에서는 이미 페미니즘 SF가 하나의 하위 장르로 자리 잡았으며, SF의 장르 미학이 페미니즘의 사유를 구현하기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새로운 페미니즘 이론을 창출하는 방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위기관리 AI 컴퓨터 훈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훈을 통해서만 우주선 안을 바라보는 독자들은 훈처럼 인간에 대한 정보가 결핍된 채 다섯 명의 인간을 생소하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