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B사감과 러브레터, 1925년 《조선문단(朝鮮文壇)》지에 발표. C여학교의 교원 겸 기숙사 사감인 B여사는 딱장대요, 독신주의자요, 찰진 야소꾼으로 유명하다. 40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녀가 가장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소위 '러브 레터'였다. 그리고 기숙생에게 남자가 찾아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C여학교에서 교원 겸 기숙사 사감으로 있는 B여사. 그녀는 못생긴 외모와 딱딱한 성격으로 아직 노처녀입니다. 학생들에게 매우 엄격하며 매서워 다들 몸서리를 치는 정도이지요. 이런 B여사가 가장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은 러브레터입니다. 예쁜 학생들이 많기로 소문이 나서 하루에도 몇 장씩 날아 들어오는 러브레터. B여사는 이런 러브레터를 접하면 보는 족족 더할 수 없이 흥분하여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편지를 든 손이 발발 떨리도록 성을 냅니다. 편지를 받은 여학생은 사감실로 불리어 가서 고된 문초를 받게 되지요. 또한 B여사는 남자들이 면회를 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려보냅니다. 심지어 가족이어도 말이지요. 이로 말미암아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하기도 하였고 교장의 설유도 들었음에도 그녀는 그 버릇을 고치려 들지 않습니다.
<작품소개>
현진건의 단편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는 1925년 2월 『조선 문단』에 발표 됐다. 사실주의를 기반으로 평범한 민중들의 삶을 묘사한 것과 다른 스타일의 소설로 제목부터 내용까지 독자를 유인하는 방식이 뛰어나다. ‘러브레터’ ‘로맨틱’ ‘키스’라는 단어와 등장인물들이 모두 여자라는 점이 이전과 다른 신식의 느낌도 든다.
<중 략>
<감상>
B사감과 러브레터라는 앙증맞은 제목으로 흥미진진한 내용 구성과 기막힌 인물설정, 인간의 이중성을 폭로하며 비판하는 작품인데 왜 B사감이 그런 이중적 태도를 취하게 됐는지는 설명이 부족하다. 내 생각엔 아쉬운 외모에 평생 연인이 없었던 B사감이 남자를 싫어한다는 외적 태도를 앞세워 자기방어를 하려고 하지 않았나싶다.
나의 천사, 나의 하늘, 나를 구해 주어요...”
C여학교 기숙사 사감 B여사는 못생긴 노처녀입니다. 독신주의자이자 기독교 신자인 그녀는 학생들에게 매우 엄격하게 그려집니다. 이러한 등장인물의 모습은 연애를 기대하기 어려워보였죠. 주근깨투성인 B여사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여학생들에게 오는 '러브레터'입니다. 그녀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배달되는 러브레터를 대할때마다 해당 여학생을 불러 추궁을 하고 그녀의 문초는 하학 후에 이뤄지며 대개 두 시간 이상 계속됩니다. 그녀가 두 번째로 싫어하는 것은 남학생의 면회입니다. 가족을 포함해 남자들의 면회를 허용하지 않자 학생들은 동맹 휴학을 하게되죠. 교장이 타이르기도 했으나 B사감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습니다. 가을 들어 기숙사에세 금년 이상한 일이 발생합니다.
이 작품은 1925년 2월 『조선문단』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이색적인 면이 다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의 전작들은 주로 일인칭 소설의 자전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에 이르러서야 B사감의 비밀이 밝혀지는 추리소설적 구성 방식을 취하여 아이러니를 극대화 한 점 역시 작가의 이전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그러나 작가의 여타 작품과 유사한 부분도 존재한다. 작가는 작품「빈처」나 「운수 좋은 날」에서 서로 다른 상반된 상황을 극적으로 이어 상황적 아이러니를 연출했고 「B사감과 러브레터」에서는 한 인물의 내면 심리 변화와 외부적인 행동 방식을 완벽하게 대조시켜 구현하는 방식으로 인물의 성격 묘사에 있어서 극적인 방법의 효과를 최대한 살리고 있다.
아울러 이 작품에서는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문체가 사용되어 이러한 극적 효과가 배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특징은 작품의 시작에서 제시되고 있는 B사감의 희화적인 외모 묘사에서부터 알 수 있다.
1. 작가 살펴보기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서 먼저 작가의 약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진건은 당시 낭만주의적 문화관을 표방했으며, 낭만주의적 견지를 함께한 대표적인 작가에는 나도향, 이상화 등이 있다. 그는 <백조>지의 창간에 참여했다. 그러나 그는 낭만주의적 경향 속에서도 특히 리얼리즘적인 사실 묘사에 기반 한 작품을 더 많이 서술했다. 그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 <운수좋은 날>등은 모두 이러한 사실 묘사에 기반 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나, 1920년대인 당시는 사실주의라는 말이 아직 의미 있는 서술 방식으로 평가받기 이전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의 소설은 소수의 등장인물로 몰입력ㅍ있는 서술을 보여주며 그 구성의 마지막에는 반전 있는 줄거리를 삽입함으로써 독자에게 그 여운을 깊이 남긴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1990년 경북 대구 출생으로, 그이 집은 대대로 역관 출신이 많은 집안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부친인 현경운은 신진 관료로 자식들의 신식 학교 출입과 외국 유학을 허락한 개화 인사이며, 그의 모친인 이정효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B사감과 러브레터 독후감' 본문 내용 中 발췌]
삶을 살아감에 있어 많은 사람들을 겪으며 인간관계를 쌓아가다 보면 타인의 모습들에서 인간의 불합리한 이중성의 면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한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에 대하여 정면으로 조소를 날린 단편소설이 있다. 바로 현진건의 ‘B사감과 러브레터’이다.
현진건의 작품 중 손꼽히는 대표작을 말하라면 ‘운수 좋은 날’, ‘빈처’, 그리고 ‘B사감과 러브레터’ 일 것이다. 제목은 익히 들어왔으나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이 작품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제부터 이에 대한 나의 감상을 적어보려 한다.
<중 략>
그러나 이야기의 끝에서 세 명의 여학생에 의해 그녀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드러나고야 만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연애에 대한 망상을 연기하며 이성에 대한 애정을 갈구하는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그녀 또한, 애정의 욕구를 절실히 원하는 ‘여자’였으며, 타인들에게 보여준 남성혐오의 모습들은 자신의 애정욕구를 이루지 못하는 열등감의 발현이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나이가 들어서 혼자라는 것은 어렵다. 어딘지 모르게 애처로운 면이 없으면 얄밉게 보이기도 한다. B사감처럼 말이다. 자유연예를 죄악시하는 노처녀의 전형인 B사감의 내면에도 이성을 갈구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음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녀의 정체가 폭로되며 이중성에 웃기기보다는,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녀도 다른 여성들과 같이 멋진 이성에게 사랑하고 싶고, 보호 받고 싶은 한 평범한 여자일 뿐이지 않을까. B사감의 그 날 밤의 행동은 그녀만의 쌓여 있는 외로움의 찌꺼기들을 씻어내는 청소기 역활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존재를 해결하기 위한 그녀만의 방법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타인들이 보기에 조금은 당황스러운 표리부동의 방법이기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