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89년 〈분노의 나날들〉로 페미나상을 수상한 작가 실비 제르맹 소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 속으로 들어간 한 여자의 행적을 뒤쫓으며, 은밀한 환기, 부드러움과 애정이 깃든 시적인 언어로 담아낸다.
주인공 여자는 '쓰여지지 않은' 책 속에서 새처럼 날아오르고, 강과 물과 강둑의 기억에...
실비 제르맹의 소설,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는 ‘그 여자가 책 속에 들어왔다’라는 문장을 통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자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프라하 거리를 배회한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거리를, 그것도 프라하의 거리를 배회하는 것일까?
1. 그녀의 발자국
이 소설은 화자와 거인 여자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자는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를 넘나들며 화자에게 존재를 드러내고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일으킨다. 여자는 어떤 장애도 없이 공간을 통과하고 사라지는 모습을 보이지만 행색은 누구보다도 초라하다. 거대한 몸집을 가졌지만 거친 천으로 몸을 가린 채 다리를 저는 여자는 이름도 나이도 얼굴도 없다. 하나의 인물이 아닌 복수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여자의 누더기 주름 속에는 수천수만 명의 이름들, 얼굴들, 목소리들이 담겨 있다. 그녀는 기억되지 못하는 상처와 탄식 그리고 눈물을 줍는다.
그녀가 지나간 자리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지만 작은 물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은 그녀가 ‘살과 피가 아니라’ 눈물로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