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숲』은 그가 인도네시아 열대 우림 안에서 숨 쉬고 생활한 2년 여의 밀림 모험기를 담은 책이다. 지구의 허파인 열대 우림 한가운데에서 겪은 모험담을... 묵인과 암묵적 협조를 얻어 낸 사연까지, 그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배움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생명체를 품은 비숲의 경이감을 직접 확인해보자.
-열대우림에서의 장기연구를 통한 깨달음-
비숲. '비'와 '숲', 즉 열대 우림을 의미하는 단어로, 도서관에서 책을 찾던 중 우연히보게 된 책의 제목이었다. 제목부터 신선해 눈길을 끈 이 도서가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장류 생태학자 김산하 박사가 인도네시아의 열대 우림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한 이야기로, 장기 생태연구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을 낯설어하는 긴팔원숭이들을 찾아내고, 긴팔원숭이들이 피하지 않게까지 하는데 8개월 넘게 걸릴 정도의 장기 연구를 말이다.
책에는 감동적인 말들, 내 마음에서 빠져 나오지 않고 맴도는 말들이 많았지만 그 중 이 문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는 나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를 다 헤아릴 수 없는 잎이 저마다 조금씩 다르게 달려 있고 조금씩 다르게 움직인다.
신문에 연재한 걸 다시 묶은 탓인지 설명이 조금 부족하다. 팩트야 어떤들 어쩌겠는가? 본질은 자연과의 경계짓기다. 그 말만 들으면 되렸다. 345쪽이 결론이다.
<원래 비숲의 경계에 살던 사람과 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그에겐 뒷동산이 나에겐 오지다. 나는 새로운 대상을 탐구하러 온 존재이기에 이곳과 나와의 거리감은 필수적이다. 그 거리가 나는 좋다. 사람으로부터의 거리가 이곳을 온전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경계를 두기 위해 경계로 들어간다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다.
저자의 통찰은 경험적이다. 그래서 처절한 만큼 가치가 있다.
<밀림은 시간을 들인 만큼 모습을 드러낸다>
안 그런 곳이 있겠는가. 하지만 일종의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일상이 되어버린다. 일상이 되는 순간 인간의 뇌는 작동을 멈춘다. 이는 유인원도 비슷한 모양이다. 저자는 긴팔 원숭이 그룹을 8개월쯤 쫓아다니니 더 이상 도망을 안 가더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 이유를 원숭이들이 이제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호기심은 익숙함과 결별할 때만이 등장한다. ‘김대식’의 ‘공부혁명’ 27쪽에 나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