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허여경 소설집 『오후 4시의 그녀』는 싱싱한 내음 듬뿍 담긴 순정한 인생의 번뇌를 거칠게 그려낸 드로잉이다. 작품들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번뇌하는 인간군(人間群)의 에피소드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8편의 작품 모두 성공적으로 살아간다고 인정하기엔 결격사유가 있는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하나같이...
《오후 4시의 그녀》는 동명의 소설을 포함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담은 소설집이다. 저자는 ‘오후 4시’에 대해 “하루 중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늦고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어중간한 시간, 인생을 조금은 알고 조금은 모르는 그런 애매한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이 책 도입에 적힌 이 저자의 말이었다.
인생의 오후 4시를 살아가는 사람의 눈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소설집의 대부분은 ‘사랑’에 관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 소설집에 담긴 사랑의 모습은 너무 현실적인, 평론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날 것”의 형태였다. 사랑 예찬주의자는 아니지만 이왕 사랑 이야기를 본다면 해피엔딩인 이야기를 보고 싶은 나의 취향과 완벽하게 어긋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