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루지 못한 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다시 쓰인다
60년 전 그에게서 시작되어 마침내 지금 우리에게 도달한 빛개인이 밟아나간 작품 활동의 궤적을 곧 한국소설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내며 한국문학의 판도를 뒤바꾼 작가 김연수의 신작 장편소설『일곱 해의 마지막』. 이번 작품은...
1) 소설을 다섯 단계로 나눌 때, 발단부터 전개까지의 내용
대답하겠습니다. 이 소설의 이름은 ‘일곱 해의 마지막’입니다. 책의 주인공은 백석이라는 시인이자, 북한에서 러시아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는 백기행입니다. 러시아 시인 벨라가 북한에 방문했을 때, 기행은 그녀의 시를 번역하게 됩니다. 벨라가 러시아로 돌아간 후 기행은 북한에서는 발표할 수 없는 시를 적어 그녀에게 보냅니다. 일 년이 지나 벨라에게 답신이 오지만 기행이 답신을 확인한 건 누군가 먼저 뜯어본 뒤였습니다. 그 후 기행은 러시아어 번역 활동이 줄어들게 되고 자백위원회에 불려가게 되며 당의 이념에 부합하는 시의 창작을 계속해서 요구당합니다. 이처럼 편지를 시작으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기행의 일곱 해의 이야기입니다.
2) ‘이 소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기행이 살아간 시대는 내면을 표현하기보다 기계적으로 사회주의 문학을 창작해야 하는 시대였습니다. 자아가 없는 사회주의 문학이 만연한 시대에서 기행은 '왜, 어째서, 어디서부터, 어떻게'라는 의문을 품으며 살아갑니다. 인간이라면 복잡한 자아를 갖고 의문을 품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런 시대에서 기행의 시는 자아가 많다는 이유로 비판받습니다. 그와 그의 시는 시대에서 소외당하지만, 기행의 선택과 기행의 시는 주체성을 가진 인간의 지극히 평범한 것이었습니다.
<중 략>
11) 소설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하나 만들고 답
제가 정한 질문은 '시는 무엇이 되는가?'입니다. 기행의 시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은 기행의 불행을 표현하는 역할을 하며 기행의 내면을 표현하는 글이 되었습니다. 삼수에서 만난 교사가 기행의 시를 읊으며 기행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 것처럼 시는 새로운 세계가 되고, 이천육백 년 전의 시인이 기행의 질문에 대답한 것처럼 시는 물음에 대한 답이 됩니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삶을 생각할 수 없고 전쟁을 생각하지 않고 평화를 생각할 수 없다는 책의 문장처럼 시는 부서진 세상에 대해 책임을 갖게 하며 책임과 함께 나아가는 일을 담당합니다.
김연수의 《일곱해의 마지막》은 월북 이후 백석 시인의 삶을 상상해 써낸 소설이다. 기행은 백석의 본명으로, 그는 당으로부터 꾸준히 ‘주체사상’을 담은 시를 쓸 것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그는 끝내 당이 요구하는 시를 써내지 못했고, 결국에는 관평협동조합으로 쫓겨나듯 파견된다. 1957년부터 1963년까지의 일을 다루는 이 소설은, 결국 그 일곱 해의 마지막에 여전히 작가동맹이 아닌 관평협동조합에서 일하는 기행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시인으로서의 그의 인생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숙청당하는 것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1930년대를 대표하는 천재시인 백석. 서른 살도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한반도에서 가장 뛰어난 서정시인으로 입지를 굳힌다. 그의 시는 발표할 때마다 화제를 낳았고, 그의 시가 실린 잡지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그는 민족 분단의 격랑기에 북쪽에 있었다. 그래서 남쪽에서는 월북작가로 기피되었고, 북쪽에서는 금지되고 잊혀져갔다. 시대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비운의 천재 시인 백석은 이 소설 ‘일곱해의 마지막’에서 기행으로 재탄생 되었다. 김수연 작가는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젊었던 시절의 그에게 시간을 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1996년에 세상을 떠난 그가 못 이룬 소망들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나 보다.
1953년 스탈린이 죽은 뒤 소련에서는 조금씩 변화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체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허용되었고, 개인의 우상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점점 거세지었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북한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기행은 협동조합과 공장에 관한 것이라면,......<중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