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읽고 나서, 나는 도시와 여행,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엮여있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도시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주인공이 되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도시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묘사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쿠빌라이 칸과 마르코 폴로는 각자의 시대를 넘어서 도시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그들의 여행은 도시들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모험이기도 하다.
내가 처음으로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약 몇 년 전이었다.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 건축가가 도시의 건축물을 통해 풀어낸 사회, 경제, 문화, 심리 등의 이야기를 즐겨 들었다. 전혀 알지 못할 정도로 흥미로운 분야가 나에게 찾아온 것은 처음이었다. 건축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 관점과 결합된 도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희한한 것은 일상적인 것으로 바뀌었고, 정상적인 것으로 생각되던 것은 기이한 것이 되었으며, 덕행과 과오는 그것들이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조화되는 가운데 그 탁월함이나 불명예를 잃어버렸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아글라우라에 대해 말하는 것 중 진실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p.86)
수많은 사료, 그중에서도 어떤 역사적 ‘기록’이 진실된 것인지 거짓된 것인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위 인용된 문장을 읽고 기록으로부터 ‘사실’이 아닌 내용을 얻게 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첫 번째는 단순히 기록이 거짓된 내용일 경우이고, 두 번째는 진실된 내용만을 담은 기록이긴 하나, 현대에서는 기록에 포함된 내용을 과거와는 다르게 바라보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 지역 사람들은 네발로 기어 다녔다.’라는 기록이 있다면 우리는 보통 두 발로 걸어 다니고 있기에 그들을 ‘특이하다’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주제: 도시가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마르코폴로가 자신이 사신으로 방문했던 도시를 쿠빌라이 칸의 청에 따라 이야기를 한다.
(다시 말하면 퇴락해 가는 제국 타타르족 황제 쿠빌라이 칸과 베네치아 젊은 여행자 마르코폴로다.)
폴로는 여러 도시들을 묘사하며 황제에게 들려 주었다.
시적인 비유를 하고 있다.
황제는 마르코폴로가 들려 주는 도시들을 귀담아 들으면서 붕괴될 운명인 성벽과 탑들 사이로, 흰 개미도 갉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게 세공된 장식 무늬들을 식별했다.
폴로가 들려주는 도시들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의 상징을 떠올렸다.
‘여행’이라는 것만큼 모두를 설레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뉴욕, 런던, 파리, 도쿄처럼 모두가 잘 아는 도시들로 떠나는 여행은 신난다. 타임스퀘어 앞에서, 빅벤 앞에서, 에펠탑 앞에서, 도쿄타워 앞에서 찍은 사진들을 내 앞에 펼쳐놓고 친구들 앞에서 여행담을 늘어놓는 일도 신난다. 하지만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도시들을 방문해 그곳 사람들을 만나고 도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