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 빌 브라이슨의 삐딱하지만 따뜻한 유럽 여행기! 빌 브라이슨, 그와 떠나는 유쾌한 유럽 여행기. 20년 전 고교 동창인 카츠와 유럽을 다녀온 빌 브라이슨이 세월이 훌쩍 흐른 후, 혼자 다시 유럽을 찾는다. 유럽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거나...
그렇게나 많은 셀럽들이 빌 브라이슨, 빌 브라이슨... 해 대면서, 그의 에세이를 그토록 많이도 추천했는데, 왜 그랬는지, 별 이유도 없이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며, 그의 책읽기를 여태까지 미루고 있었다. 뭐 언제고 기회가 되면, 그 때 한 번 읽어 보리라.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TV프로에 출연한, 내가 좋아 하는 드라마 작가 “김 은희”가 또다시 빌 브라이슨을 들먹이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중고 서점에 들러 그의 책을 찾아보았다. 드디어 발견한 그의 책은 꽤 오래되어 보였지만, 책 상태만큼은 무척 깔끔했다. 덥수룩한 턱수염에, 동그란 안경을 쓴 그의 모습이 표지에 박혀있는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이 책은 마치 나에게, “결국 이렇게 오고야 말걸.... 그렇게 오래 버틸 게 무어람? 그래봐야 당신 손해지!” 하며 키득 거리는 것 같았다.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을 때, 나는 곧장 유럽의 가장 북쪽, 세상의 끄트머리에 있는 함메르페스트에 도착하였다. 한겨울이었지만, 그 곳에 두 발을 내딛고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 이 얼마나 20대다운 이유인가. 나는 20대 중에서도 20살은 여행의 나이에서 한 살에 해당하는 나이라고 본다. 아기가 세상에 처음 나와 걷지도, 말하지도, 정확하게 느끼지도 못하는 것처럼 여행자도 낯선 땅에 맞닥뜨리면 막상 아무것도 못 하는 아기가 되어 버린다. 온갖 계획과 준비로 무장된 여행자일지라도 말이다.
나는 수능을 치고 19살이 20살로 넘어가기 직전의 12월에 부산에서 서울로 생애 첫 여행을 떠났었다. 그냥 겨울이 아니라 대학 진학 여부나, 불안한 진로로 인한 심리적 추위와 따뜻한 부산에만 있다가 12월 서울의 추위로 인한 육체적 추위가 합쳐져 내 인생에서 가장 추웠던 시간이자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