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난 시절 도도에게 빌린 우산을 돌려주지 못했던 기억을 계기로 친밀해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저자의 단편 《디디의 우산》에서 비롯된 작품 《D》에서 디디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다. 이번 신작 ‘DD(디디)’의 죽음 이후 자신 또한 죽음과도 같은 날들을 보내던 ‘D’(전작 단편의 도도)는 청계천...
1. 들어가며
황정은의 <d>는 소설집 <<디디의 우산>>에 실린 단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자 화자인 dd가 연인인 dd의 죽음을 겪고 이후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연인의 죽음과 사랑의 상실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주제는, 내밀하고 사적인 방식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연인의 상실로 오래 자폐에 빠져 있던 주인공은 점차 타인과 외부로 나오게 되는데, 자신처럼 소외된 존재들에게 눈 뜨게 되면서 스스로의 상처도 점차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 ‘우산’ 연작들-<디디의 우산>, <웃는 남자>, <d>
이 소설은 사실 작가의 이전 작품들의 일종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즉 <d>는 <디디의 우산>(<<파씨의 입문>> 2012)과 단편 <웃는 남자>(<<아무도 아닌>> 2016)과 연관이 있다. 이 세편의 단편 소설들은 소재나 주제의식 면에서 공유하는 것이 많아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단편 <디디의 우산>은 낙관적인 분위기로 둘러싸여 있다. 어린 시절 도도에게 빌렸다가 돌려주지 못한 우산에 대한 디디의 부채감은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도도는 세척작업에 쓰이는 화학약품에 의한 발진으로 고통 받고, 디디는 유연성과 합리성을 빙자한 회사에 의해 폭력적으로 구조조정을 당하지만, 그들은 고립되어 있지 않다. 어느 날 디디는 양장본 책의 표지에 쓰인 ‘혁명’이라는 생소한 말을 무심코 따라 읽은 뒤 조금 놀랐다가 옛날 만화를 떠올리며 피식 웃는다. 이 작은 웃음의 순간은 친구들과 함께 유쾌한 시간을 갖는 가운데 이라크 기자가 미국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 이야기로 확장되며, 정치적 조롱을 담고 있는 좀 더 거센 웃음으로 번져나간다. 다 같이 모여들어 웃는 동안 자연스럽게 찾아드는 저항으로의 전환은 놀라운 것이었다.
1. 그해 3월에 노수석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노수석이 전투경찰에게 쫓기다가 사망한 장소는 서울 을지로 일대였고 그 부근은 서수경이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영화를 보거나 햄버거를 먹으러 놀러 가곤 했던 장소였다. 서수경은 자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거리에서 누군가가 전투경찰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그가 자신과 동갑이라는 사실에도 충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