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호치민 평전>은 이 기나긴 조사, 연구의 총체적 성과물이다. 1997년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역사학과 교수직에서 퇴임했다. 저서로 <성스러운 전쟁 Sacred War:Nationalism and Revolution In A Divided Vietnam><베트남 Vietnam:Nation in Revolution><베트남에서의 승리 Victory in Vietnam:The Official...
나는 이 책을 읽고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 번째는 책의 압도적인 두께요, 두 번째는 호치민이라는 인간의 드라마틱한 인생이었다. 이 책은 호치민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아주 주도면밀하게 파헤치고 있는데, 이렇게 자세하게 한 인간의 인생을 서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생략된 부분이 상당부분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호치민은 젊은 시절 조국을 떠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기 때문에,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부분의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생략될 수밖에 없었다. 이 두꺼운 책에서도 호치민이 미국에 머물렀던 기간은 자료 부족으로 생략된 내용이 많다. 호치민이라는 사람은 그토록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가시밭길 인생을 살았고, 그 열망이 언제나 변하지 않았기에 오늘날 그의 이름을 딴 도시까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치민은 공산주의자이고 오늘날 베트남을 세우는데 아주 큰 공을 세운, 국부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다.
사실 이전까지 호치민이라는 인물은 이름만 겨우 들어본 수준이었다. 오늘날 베트남에 호치민의 이름을 딴 도시가 있고, 또 베트남의 국부인 만큼 그 유명세가 남달랐던 건 사실이나 그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인생을 살았었는지는 몰랐다. 이 책의 압도적인 두께를 보고 읽기가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어지간한 장편소설 두세 권 정도 분량으로 보이는 평전을 읽을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부터 의외로 술술 잘 읽혔다. 호치민이라는 인물이 살았던 인생과 당시 베트남의 상황이 낯설지가 않았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이 국권을 프랑스, 일본에게 빼앗겼던 시절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었으니 말이다.
호치민은 평생을 치열하게 산 사람이다. 이 굵은 책에는 호치민의 그 치열했던 인생 전반부가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는데, 이러한 인생을 살 수 있는 사람은 지금도 이 세상에 몇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인생을 산 사람들은 대개 자국에서는 존경을 받으며 다른 국가의 사람들도 존경의 시선을 보내는 것이 보통이다. 애국심이라는 것은 국가가 위기에 빠졌거나 식민지의 상태로 추락했을 때 더 빛나는 덕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에 모두의 이상을 위해 평생을 바쳤던 애국자들을 존경하고 기리고 있지 않은가. 나는 호치민이라는 사람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었는데, 이는 베트남의 근대사와 우리나라의 근대사가 닮은 점이 많아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베트남의 경우 역시 긴 식민지 역사, 굴욕적인 역사를 거쳤고 분단까지 되었지만 전쟁으로 다시 통일하기도 했다.
무척이나 긴 평전이었다. 사실 평전이 나올 정도의 인물이라면 재미없는 인생은 산 인물은 거의 없다고들 하지만 호치민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랬다. 오늘날 베트남에는 호치민의 이름을 딴 도시도 있지만 그가 오늘날 베트남의 국부, 라는 것 말고는 자세히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베트남이라는 국가가 아무래도 여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조금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도 하고 공산주의, 사회주의 정권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호치민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 역시 편견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호치민의 인생, 인간 호치민은 분명 존경할 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단순히 그가 오늘날 베트남을 만들었고 권력을 잡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책의 표지에 호치민을 총을 든 간디로 표현하고 있는데, 이 문장처럼 호치민의 인생에는 무언가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다. 비슷한 다른 예를 들자면 체 게바라가 있을 수 있겠다.
호치민은 그의 이름을 딴 도시와 도로가 있을 정도로 베트남에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용어로 포장되어 불리지 않는다. 대다수의 베트남인은 그를 ‘Bac Ho’라 부른다. 'Bac'은 집안의 일을 의논하는 큰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집안의 갈등을 중재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존재를 지칭한다. 호치민은 국내에서도 공산권의 지도자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기물에 다수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호치민에 대한 이러한 친근한 이미지는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그는 베트남의 독립을 위해 어떠한 삶을 살았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평전 부분에서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방대한 문헌 자료와 구술 자료를 집대성하여 책을 저술한 저자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20여 년 동안 저자가 미국은 물론이고, 베트남과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 자료를 수집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