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전미(美) 베스트 셀러! / 퓰리처 상 수상! 전미 비평가 협회 상 수상! 그리고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 각종 언론 매체 등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은 걸작! 본 작품은 2009년 개봉을 앞두고, 출간된 Movie-tie Edition이다. The Road는 2006년 미국 작가인 Cormac McCarthy에 의해 쓰여진 소설이다. 세상의 종말이...
읽는 내내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들은 왜 걷는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다 타버린 잿 더미밖에 남지 않은 삶을 연장해나가도록 하는 것인가. 도통 이해가 닿지 않았다. 차라리 도중에 그들이 삶을 포기하고 이야기를 중단하길, 그리하여 내 눈앞에 펼쳐진 참상을 걷어 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묵직한 문장들을 등에 짊어지고 내 이해의 영역 바깥으로 걷고 또 걸었다. 그 행보를 좇는 나라는 독자는 불가해의 늪에서 진창이 된 채 행간의 깊은 곳으로 하릴없이 내려 들어갔다.
『로드』는 이렇다 할 사건전개가 없다. 전 지구적 재앙으로 인하여 폐허가 된 세계와 그곳에 덩그러니 남겨진 남자와 아들. 그들은 뚜렷한 목적지 없이 다만 몰려오는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향한다. 그들은 늘 죽음의 조짐에 둘러싸여 있다. 인간을 사냥감으로 간주하는 부랑자들부터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와 추위, 질병, 아사餓死의 위기까지. 그에 비해 그들에게 찾아오는 희망은 버려진 과일통조림 따위의 미약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위기와 희망의 반복이 『로드』의 서사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이 종말 할 것으로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재난 영화들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바이러스로 인해 수 백만 명이 죽은 지금의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재난 소설을 더 이상 비현실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게 했다. 코로나19와 함께 각종 재난 영화가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 받았고 영화 소개에 이끌려 책까지 구입해 읽은 소설이 바로 [더 로드]이다.
[더 로드]의 저자 코맥매카시는 “죽음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다.”라고 말했다. 코맥매카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냉혹하게 파고든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인 [핏빛 자오선]은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인간의 이기심과 냉혹함에 관해 이야기하고 결국에는 주인공까지 죽는다.
100년 후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봤더니 불로 다 타버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모습이 그려져 그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서 이렇게 세상이 황폐해졌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영화 투모로우, 우주전쟁, 리핑 - 10개의 재앙, 해프닝, 지구가 멈추는 날, 노잉, 2012 등에서도 다뤘던 지구멸망. 그 중에서도 코맥 맥카시가 선택한 재앙은 리핑 10개의 재앙 중에 하나인 불이다. 지구가 멸망하는 영화를 보면서 대재앙이 닥쳐 거대한 도시들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장면들이 곧잘 나온다. 생존의 본능 때문이다. 세상이 없어져버려도 자기 생명은 보존해서 살고 싶어지나 보다. 그렇게 다 멸망하고도 힘겹게 살아남게 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끝일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코맥 매카시는 어린 아들과 한 호텔에 묵던 중 미래의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고 불길이 치솟고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모습이 떠올라 이 책을 지었다고 한다. 보통 미래를 떠올렸을 때, 지금보다 더 편리하고 활기차며 아름다운 세상을 떠올리는데 이런 모습이 아닌 모든 것이 무너지고 황폐화되는 모습을 떠올렸다는 것이 굉장히 신선했고 작가의 생각의 방향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오늘날 세계에는 정말 많은 사고와 전쟁들이 있고 정말 끔찍한 일들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일들이 십년 후, 삼십 년 후에는 더 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점에서 코맥 매카시가 공상적이거나 비현실적인 소재가 아닌 그 무엇보다 현실적인 소재와 내용을 썼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대재앙으로 인해 모든 것이 불타버리고 사라진 지구에서 한 ‘남자’와 그 남자의 아들인 ‘소년’의 삶을 버티는 이야기이다.
서론
맥카시의 The Road 안에는 ‘단순한’ 스토리라인과 대조되는 ‘다양한’ 상징적, 심상적 장치들이 숨어있다. 종말 이후 생존을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에는 강렬하고 복잡한 기승전결은 없다. 하지만 과거-현재-미래의 관계를 고민하게 만드는 시간성의 문제, 동서남북 그리고 도로와 숲 속의 대비를 통해 나타나는 공간성의 문제, 빛과 어둠의 대비라는 시각적 이미지까지, 작가는 주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마련해 두었다.
그 중 ‘불’의 이미지는 작품 전반부터 후반까지 전체를 아우르며 등장하는 작품의 핵심적 장치이다. 작가는 곳곳에서 불(fire)의 이미지를 빛, 따뜻함, 사랑 등으로 변모시키고 그것들과 대조되는 물, 어두움, 차가움, 비정함의 이미지를 함께 이용한다.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는 불에서 추출할 수 있는 다양한 관계가 등장한다. 작가가 서술한 대부분의 사건은 이러한 관계들과 밀접한 연관을 갖으며, 따라서 작품에 대한 이해는 작품 속 ‘불’을 이해함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로드>>를 읽고 나서 왜 교수님께서 이 작품을 읽으라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책을 읽을 뒤, 한숨만 내쉬며 깊은 참회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로드>>는 <조의 집>이 본받아야할 지향점을 가진 소설이자, 내가 앞으로도 문장에 대해 공부해야할 문제를 정확히 짚어주었다. 어느 정도 기본 골격이 흡사하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시도한 것과 코맥 매카시가 시도한 방향은 분명 달랐다. 그리고 그 시도의 결과는 누가 봐도 뻔 한 문제였다. 즉, 나는 비현실적인 세계와 현실적인 세계에 대해 정확한 인식 없이 느낌으로만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로드>>에서는 그런 나의 문제를 뚜렷이 알 수 있도록 제시해주고 있었다. 먼저 이방인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나는 이방인을 그저 이방인으로만 전제했지만 <<로드>>에서는 이방인이 아니었던 자가 추방당하듯이 이방인이 되고, 더 나아가 모든 존재가 이 세계의 이방인으로 변해버린다.